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01-08 15: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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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 부진의 아픈 기억을 씻어내기 위해 최신 스마트폰에서 공격적 가격 인하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새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면 시장 주도권을 다투는 다른 모바일기업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친환경을 명분으로 충전기 등 기본 구성요소를 제외하는 데 따른 소비자 반발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삼성전자 갤럭시S21울트라 예상 디자인.
8일 기술매체 BGR은 “삼성전자는 아이폰12 시리즈와 경쟁하고 화웨이의 부재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 가격 전략을 재고하고 있다”며 “갤럭시S21 시리즈에서는 갤럭시S20 최악의 단점인 가격이 고쳐질 것이다”고 보도했다.
모바일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곧 공개하는 갤럭시S21 시리즈 가격을 전작보다 저렴하게 책정하기 위해 이동통신사들과 논의하고 있다.
갤럭시S21 기본모델은 99만 원, S21플러스는 120만 원, S21울트라는 145만 원 수준의 가격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모델만 놓고 보면 전작 갤럭시S20과 비교해 가격이 25만 원이나 낮아지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부진을 반면교사로 삼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을 매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시장에 나온 갤럭시S20 시리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의 사양을 구현했지만 가격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갤럭시S20 기본모델 출고가격은 124만8500원으로 이전 제품인 갤럭시S10 대비 19만2500원 높아졌다. 신제품 한 세대만에 갤럭시S7부터 갤럭시S10까지의 가격 변동폭 22만 원과 비슷한 가격 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비싸진 제품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갤럭시S20 시리즈 판매량은 820만 대에 불과해 전년 같은 기간 출시된 갤럭시S10과 갤럭시S10플러스 판매량 합계 1030만 대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 스마트폰들이 갤럭시S20 시리즈의 대체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갤럭시S20 시리즈와 비슷한 시기 출시된 샤오미 미10 시리즈는 갤럭시S20보다 낮은 가격에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사양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임수정 연구원은 “중국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사양을 갖춘 중저가 기기를 많이 내놓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슈퍼 프리미엄 기기를 출시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갤럭시S21에서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갤럭시S20에서 보였던 가격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 낮추기는 충전기 제외와 같은 환경보호정책을 추진하는 데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무기이기도 하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글로벌기업들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전자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살 때 기본적으로 포함하던 충전기를 별도 판매로 돌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할 때 처음으로 충전기를 스마트폰 구성품에서 제외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21 시리즈에서 충전기를 함께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비자로서는 기업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만큼 그동안 기본적으로 제공됐던 요소가 빠지는 데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애플의 충전기 제외 방침을 에둘러 비판했던 적도 있어 뒤늦게 ‘애플 따라하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라틴아메리카법인은 아이폰12가 공개된 지난해 10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갤럭시는 충전기, 최고의 카메라, 배터리 성능, 120Hz 주사율까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문구와 함께 충전기 사진을 게시했다. 삼성 스마트폰이 아이폰과 달리 충전기를 기본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