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내년에 건강보험공단 콜센터(고객센터)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까?
현재 위탁업체에 고용돼 있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들이 협력업체로부터 갑횡포를 당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건강보험공단이 콜센터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정규직 노조가 성과급 축소 등을 우려하며 콜센터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김 이사장은 먼저 정규직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건강보험공단 콜센터노조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이 콜센터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협력업체로부터 갑횡포를 당했다는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12곳이 있으며 11개의 협력업체가 이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전체 협력업체에는 직원 1600여 명이 고용돼 있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광주지회는 28일 광주 북구 오룡동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건강보험 광주고객센터 근로기준법 위반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지회에 따르면 10월 여성 상담사 A씨가 근무중에 생리가 시작돼 보건휴가 사용을 회사측에 요청했지만 회사는 "근무시작 후에는 보건휴가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다. A씨는 본인의 반차휴가를 사용해 오후에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광주지회는 "건강보험공단이 생리휴가에는 도급비를 제공하지 않자 협력업체들은 도급비로 청구하지 못하는 휴가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7일 건강보험공단 경인3고객센터 여성 상담사들은 생리휴가를 신청할 때 회사측이 생리대 사진 등을 입증자료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생리휴가를 청구했는데도 출근을 강요받았으며 생리휴가 대신 연차를 사용할 것을 요구받거나 생리휴가를 쓰면 결근으로 처리해 평가점수가 감점되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콜센터 직원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콜센터 직원의 고용 등을 직원들과 함께 논의해 해법을 찾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은 한 해가 지나도록 콜센터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이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직원은 12명에 그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보면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비정규직 직원 1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3분기까지 12명을 전환했다.
이들은 2019년 환경미화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처 전환하지 못한 직원들이라고 건강보험공단은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은 2019년 600여 명의 환경미화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건강보험공단의 정규직 전환대상인 비정규직 노동자 2300여 명의 26%정도에 그친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1600여 명은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대책이 발표된 2017년 이후 3년이 다 지났는데도 여전히 협력업체 소속이다.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직원들을 정규직 전환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규직 직원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콜센터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조 의견을 수렴했지만 노조의 반발이 너무 거세 중단한 뒤 이와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콜센터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놓고 정규직 노조원 75.63%가 반대의견을 냈다.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은 콜센터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성과급 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며 콜센터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 “콜센터 직원들이 들어오면 성과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들었다”며 “애초에 소속된 회사가 다른데 왜 그들을 건강보험공단 소속으로 바꿔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과 비슷하게 콜센터를 운영하는 국민연금공단은 2019년에 콜센터 직원 387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들(공무직)과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성과급 예산을 따로 편성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한 결과다.
국민연금공단은 2019년에 콜센터 협력업체 소속 상담사, IT아웃소싱 용역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등 1231명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화를 마쳐 ‘비정규직 제로’를 이뤄냈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은 인건비 예산편성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지침에 따른 것으로 변경이 쉽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인건비 예산 편성은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정규직과 공무직의 인건비 예산 배정과 관련해서 따로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며 “공공기관은 사업의 성격과 기관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인건비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임기가 원래 이달 29일까지였지만 2021년 12월28일까지 1년 연장됐다.
콜센터 직원들은 김 이사장이 내년에 국민연금공단처럼 모든 직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아직 콜센터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며 “하지만 이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내부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