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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7일 열린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희망퇴직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성 교육을 실시했다.
또 희망퇴직으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이미 퇴직한 사람들을 다시 파견직으로 불러들여 한달 계약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
박용만 회장이 신입사원을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하는 등 무리한 희망퇴직 논란의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 휴대폰 뺏긴 채 명상과 회고록 작성
17일 두산그룹과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직원은 20대 3명을 포함해 모두 21명이다.
이들은 인천 송도, 인천 남동공단, 경기도 안산의 안산상공회의소에 매일 오전 8시까지 출근해 휴대폰을 반납한 채 오전 2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명상을 하고 있다. 또 A4 용지 5장 분량의 ‘회고록’도 작성해야 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회고록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적는 것인데 일종의 반성문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또다시 2시간 동안 명상을 하고 또다시 회고록을 작성해야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6시까지 하루 일과가 명상과 회고록 작성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들에게는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위로금도 없다’고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다운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휴대폰도 없이 하루종일 명상과 회고록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괴롭혀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는 의도”며 “이들이 겪고 있는 심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경영난을 이유로 올해 2월과 9월에도 과장급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1월에는 생산직 사원 45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또다시 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런 감원으로 현장에서 일손이 부족해지자 11월에 내보낸 직원 170명과 한달 동안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었다.직원들은 정규직에서 해고된 뒤 2일부터 기간제로 옛 직장에 다시 복귀해 일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인력이 부족해 회사를 떠났던 희망퇴직자와 한달짜리 기간제 계약을 맺는 이런 상황에서 희망퇴직을 논의하자는 회사 측의 제안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 실적 부진의 원인은 어디에 있나
두산인프라코어는 인력 구조조정의 이유로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를 꼽는다.두산인프라코어는 3분기에만 2천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내며 부진에 빠져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런 부진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경기침체도 원인이지만 무리한 기업인수로 금융비용이 증가한 것도 한몫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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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미국의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밥캣을 49억 달러(17일 환율기준 약 5조7600억원)에 인수했다.
밥캣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막대한 빚을 떠안았다. 당시 두산그룹은 49억 달러 가운데 39억 달러를 빚으로 조달했다.
밥캣 인수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전 세계 부동산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었고 건설용 중장비의 수요도 급감했다. 그러면서 두산인프라코어는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게 됐다.
밥캣 인수는 인수합병의 귀재로 통하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통한의 악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영업에서 이익을 내고 있지만 빚에 대해 막대한 이자를 물면서 영업외 손익에서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부담하는 금융비용은 2013년 5325억 원, 2014년 5800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