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가 웨이브와 시너지를 중심으로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최 대표는 같은 SK텔레콤 계열의 웨이브와 연합으로 콘텐츠 제작과 유통부문 모두에서 경쟁력을 높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13일 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인터넷TV사업자, 케이블TV사업자,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자 사이에서 끊임없는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
최 대표는 올해 시무식에서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마무리되면 역량 강화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미디어 플랫폼 1위 사업자가 돼야 한다”며 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 미디어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 케이블TV 티브로드를 품에 안으면서 개별 사업자로는 유료방송시장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KT가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케이블TV기업 현대HCN을 인수하는 등 유료방송시장 덩치 싸움이 계속되면서 KT 계열, LG유플러스 계열을 통합해 따지면 SK브로드밴드가 소속한 SK텔레콤 계열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3위로 내려앉는다.
KT는 딜라이브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형태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사업자들이 한국 미디어시장에서 급격하게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에게 가입자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인 콘텐츠부문의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SK브로드밴드가 올해 추진과제로 내세운 콘텐츠 밸류체인 확장을 위해서는 가입자 확보 등을 바탕으로 한 외형 성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 대표는 이런 시장상황에 대응해 SK텔레콤의 식구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제작, 유통부문에서 SK텔레콤이 최대 주주로 있는 웨이브와 연합으로 나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콘텐츠에 관한 부분은 매출 증가 등과 연결돼 있어 계속 고민하는 영역”이라며 “(콘텐츠부문 전략에 있어) 단순한 유선 기반의 인터넷TV만 보는 게 아니라 웨이브 등 무선 플랫폼도 연관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KT가 드라마 자체제작 등에 나서고 있는데 SK브로드밴드도 현재 Btv와 웨이브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는 게 있고 2021년에는 콘텐츠부분에서 웨이브와 작업을 더 확대해서 시도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으로 SK브로드밴드 인터넷TV ‘Btv’의 첫 자체제작 드라마도 웨이브, KBS와 공동 투자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SK브로드밴드 Btv는 올해 9월 처음으로 자체제작 콘텐츠 ‘좀비탐정’을 선보였다.
SK브로드밴드는 Btv와 웨이브에서 좀비탐정을 KBS에서 하는 본방송보다 이틀 빠르게 공개해 콘텐츠 편성에서도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보통은 지상파 채널에서 먼저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 인터넷TV에서 주문형 비디오(VOD)로 제공한다.
웨이브는 토종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다. 웨이브는 ‘앨리스’, ‘거짓말의 거짓말’과 같은 자체제작 드라마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2020년 3분기 기준 유료 가입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웨이브는 지상파TV와 연합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한국 미디어시장에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기업들에게는 없는 이점도 지니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넷플릭스 순이용자 수는 637만 명(36.8%), 웨이브는 346만 명(20%), CJENM의 티빙은 254만 명(14.7%)으로 집계됐다.
유료방송시장에서 큰 격차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T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KT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시즌’은 같은 기간 순이용자 수가 236만 명(13.7%)로 파악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