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친환경 중심의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해외에서 수력발전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 사장은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력발전사업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한수원에 따르면 최근 이사회에서 파키스탄 로어스팟가 수력발전사업 추진에 관한 승인을 얻으면서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 로어스팟가 수력발전사업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쪽 170km 지점의 인더스강 지류에 496㎿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한수원이 해외에서 추진했던 수력발전사업 가운데 발전용량이 가장 크다.
사업비는 10억3천만 달러(약 1조1200억 원)으로 2021년부터 사전공사를 시작한다. 2029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가 2059년까지 30년 동안 한수원이 발전소의 운영을 맡는다.
파키스탄 로어스팟가 수력발전사업은 2020년 5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을 확인받았고 아시아개발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 주관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12월에 로어스팟가 수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을 세우며 자본금 2918억 원 가운데 992억 원을 출자해 34%의 지분을 확보한다.
특수목적법인의 나머지 지분은 파키스탄 콰이버팍툰화주 정부가 26%, 국내 기업이 22%, 아시아개발은행과 국제금융공사가 18%를 각각 나눠 보유한다.
한수원은 파키스탄 국영 송배전회사와 장기 전력 판매계약을 맺어 안정적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한수원은 수력발전소를 30년 동안 운영하며 6억8천만 달러(약 7400억 원)가량의 운영이익을 낼 것으로 바라본다.
정 사장은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수력발전이 유력하게 떠오르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발효와 2015년 파리협정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기존 에너지 수급전략을 수정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력발전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한수원은 설명한다.
세계수력협회(IHA)는 2050년까지 세계에 약 850GW의 수력발전 용량이 추가로 설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사장은 국내에서 쌓은 수력발전소 운영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한수원은 현재 파키스탄 로어스팟가 수력발전사업 말고도 450MW급 파키스탄 아트무쾀 수력발전사업, 48MW급 인도네시아 뜨리빠-1 수력발전사업, 192MW급 조지아 렌테키 수력발전사업, 252MW급 니카라과 뚜마린 수력발전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상황 및 대외여건 등으로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잠정중단이나 보류된 상태지만 이들 국가를 포함해 해외 수력발전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앞으로 수자원이 풍부한 콜롬비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한수원은 수력자원이 풍부한 해외 개발도상국의 요청에 따라 투자 및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해외에서 진행하는 수력발전사업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수원은 중장기 전략과제의 하나로 2031년까지 해외 수력발전사업 12건을 추진해 추가 매출 9300억 원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 사장은 페이스북에 “한수원은 종합에너지기업을 지향하는 만큼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수력발전 프로젝트 확보와 진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