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증권업계와 배터리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SK이노베이션은 유럽에서 생산되는 현대자동차 코나EV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아자동차 니로EV에 배터리를 공급하다가 지난해부터 현대차 코나EV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코나EV 생산량의 10%를 공급하는데 그쳤지만 현재 30%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차 관계자는 “공급물량은 계약과 관련된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디일렉과 더드리븐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현대차가 LG화학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앞으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더 많이 공급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한 코나EV 화재 발생에 따른 후속조치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코나EV 화재위험에 따른 조치로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작된 8만 대가량의 코나EV를 리콜하기로 했다. 코나EV가 출시된 뒤 올해 상반기까지 해외에서 모두 7만7748대가 팔린 점을 고려해보면 해외에서만 판매된 물량의 70%를 다시 회수하는 것이다.
해외언론들은 SK이노베이션이 공급량을 늘리면서 장차 현대차의 우선공급업체로 선정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1~9월 누적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13만 대를 팔며 시장점유율 7.2%로 4위에 올라있는 글로벌기업인만큼 김준 사장이 결속력을 강화해야 할 고객사로 꼽힌다.
현대차는 앞서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2025년 전기차 100만 대를 판매하고 글로벌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5월 헝가리 코마롬공장에서 처음 상업가동에 들어가면서 현대차 체코 노소비체공장에 배터리 공급을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사장으로서는 현대차 체코 공장이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현대차에 공급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김준 사장은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최근 배터리 업계 현안으로 떠오른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분리막을 자체생산해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분리막은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를 막는 얇은 비닐 같은 재질의 다공성 소재로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화재를 예방하는 동시에 이온을 통해 양극과 음극이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분리막을 생산하면서 분리막 표면에 세라믹코팅을 씌워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CCS)를 적용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분리막의 안전성과 성능을 모두 높인 분리막 생산설비를 중국과 폴란드 공장에서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해 분리막 생산능력은 5억3천만㎡인데 2023년이면 18억7천만㎡까지 늘어난다. 이는 현재 글로벌 1위 생산력을 지닌 일본 아사히카세이를 넘어서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은 안전성을 강화한 분리막 자체생산을 확대하고 현대차 등에 배터리 공급을 늘리면서 올해 글로벌 공급량 순위도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9월 배터리 사용량은 3.5GWh로 6위에 오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위가 3계단 높아졌다.
특히 5월부터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9월 한 달 사용량만 비교해보면 LG화학과 CATL, 파나소닉에 이어 4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 순위를 달성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