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균주소송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 일정이 또 미뤄지면서 누가 승소할지를 점치는 게 더욱 힘들어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줄 때까지만 해도 대웅제약은 패색이 짙었는데 예비판결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게 됐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최종판결 일정을 미루면서 예비판결 결정이 뒤집힐 수도 있다고 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예비판결 결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대웅제약이 낸 이의신청서를 받아들여 9월22일에야 예비판결 일부를 두고 재검토에 들어갔는데 추가로 증거를 검토해볼 필요가 생겼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예비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이때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쳤다는 사실은 입증하지 못했다.
대웅제약은 이 점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도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과 관련해 사실관계 자체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7월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기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10년 동안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나보타’의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대웅제약은 최종판결 일정 연기를 두고 판세가 뒤집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위원들이 예비결정의 오류를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최종 승소를 확신하며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20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균주 및 영업비밀 도용에 관한 최종판결을 11월19일에서 12월16일로 연기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면서도 일정을 바꾼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최종일정이 연기된 것만으로 대웅제약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메디톡스 역시 결론은 예비판결과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으로 예상하며 승소를 확신하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일정만 연기된 것일 뿐 변한 건 하나도 없다”면서 “명확한 사실과 과학적 증거로 예비판결이 내려진 만큼 최종판결에서도 그 결정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석연찮게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다.
보툴리눔톡신 제품은 제조기술이 있어도 균주가 없으면 생산이 불가능하다. 원료의 출처를 놓고 법적 다툼까지 벌이는 이유다.
메디톡스를 포함해 미국 엘러간이나 중국 란주연구소 등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균주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메디톡스는 1970년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연구하던 교수가 국내에 들어온 균주를 이용해 보툴리눔톡신을 생산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2006년 용인에 있는 개천변 토양에서 보툴리눔톡신을 생산하는 균주를 검출했다고 주장하지만 메디톡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메디톡스는 전 직원이 대웅제약에 금전적 대가를 받고 보톡스 균주와 제조공정을 팔아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 연기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한 달 더 속을 태우게 됐다.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에 최종판결 일정이 미뤄졌다고 보기 힘든 만큼 둘 모두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어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이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소송 최종판결만 미뤘을 뿐 다른 4건의 소송은 결과를 내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도 했다.
두 회사가 그동안 소송에 쏟아부은 돈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어느 쪽이든 패소하면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두 회사는 2016년 10월부터 벌써 5년째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메디톡스가 2019년 2월 미국 파트너사인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하면서 둘은 장소를 미국으로 옮겨 공방을 벌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