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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회장(좌)과 임지훈 카카오 대표. |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금융위가 29일 카카오뱅크 컨소시엄과 K뱅크 컨소시엄을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사업자로 결정했지만 국내에서 인터넷은행이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인터넷은행의 지배구조도 여전히 불투명하고 6개월 안에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준비기간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 카카오뱅크와 K뱅크에 거는 기대
인터넷은행이 처음 도입되는 만큼 기대도 크다.
이번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은행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들어서는 것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혁신성 등을 고려해 컨소시엄 2곳에 예비인가를 내 줬다”며 “중금리 신용대출과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 라이센스 가치는 최소 9천억 원에서 최대 7조8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며 “앞으로 국내 금융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4천만 명에 이르는 카카오톡의 가입자를 인터넷은행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윤호영 카카오 부사장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금융상품을 팔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컨소시엄은 카카오톡을 이용해 간편송금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컨소시엄 참여사들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10%대 중금리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G마켓과 옥션, SGI서울보증, KB국민은행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기존의 신용평가보다 더욱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뱅크 컨소엄은 다양한 고객접점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K뱅크 컨소시엄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ATM은 2만3천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보유하고 있는 공중전화 부스 7만 개도 ATM으로 활용할 수 있다.
K뱅크 컨소시엄도 카카오뱅크 컨소시엄과 마찬가지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10%대 중금리 대출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기반의 ‘열린 플랫폼’을 제공해 고객들이 쇼핑, 영화감상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고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김인회 K뱅크 컨소시엄 TF장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이용자 편의성 확대 등 차별적 서비스로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1등 인터넷은행’이 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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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회장. |
두 컨소시엄에 각각 텐센트와 알리페이라는 중국 ICT기업이 포함돼 있다. 이 기업들은 중국에서 인터넷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컨소시엄은 이 중국기업들의 영업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진출 때에도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시중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바젤3규제 적용을 인터넷은행에 한해 2019년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인터넷은행은 건전성 규제를 유예받으면서 초기부터 중금리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마케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수익성 확보에 시간 필요해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시작하고 안정적 수익을 내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은 자본금 3천억 원으로 인터넷은행을 시작할 경우 손익분기점은 4년 뒤인 2020년, 누적결손에서 벗어나는 시기는 2024년은 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은 금융시장의 후발주자인 데다 규모 측면에서도 뒤지고 기존 경쟁자들과 같은 인터넷 및 모바일 채널을 통해 경쟁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인터넷은행 컨소시엄들이 겨냥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시장 역시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구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의 경우 영업망과 신용위험 측정이라는 중요한 항목에서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과 K뱅크 컨소시엄이 겨냥하고 있는 중금리 대출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주로 중간 신용등급(5~7등급)의 서민층이다.
중간 신용등급의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경우 일반적 연체율이 16%, 대손율이 1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SC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도 과거에 10%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놨지만 활성화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신용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대출요건이 까다로운 경우 이용고객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은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돼 있고 인터넷 인프라 등 사업환경이 잘 조성돼 있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온전히 무점포로 운영되는 미국 인터넷은행과 달리 국내 인터넷은행 컨소시엄들은 광범위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확보해 편리성이 높다”며 “이를 통해 비은행 소액 신용대출시장뿐 아니라 제1금융권 예금시장과 경합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국내에서 인터넷은행이 2020년까지 총자산 기준 2.3%, 총예금 기준 2.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 1995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이 출범했다. 인터넷은행은 2002년 총자산기준으로 비중이 미국 금융시장의 0.5%에 불과했으나 2007년 1.6%, 2014년 3.1%로 성장했다.
◆ 인터넷은행 활성화 걸림돌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영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뱅크컨소시엄과 K뱅크 컨소시엄은 내년 상반기 안에 본인가를 받으면 6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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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훈 카카오 대표. |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예금업무와 적금업무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모델을 준비하기에 6개월이라는 시간은 촉박하다”며 “금융시장에 혁신사례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끌어내려는 정부의 의지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야하는 사업자 사이의 온도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과 K뱅크 컨소시엄 모두 카카오와 KT라는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컨소시엄에서 지분은 카카오 10%, KT 8%에 불과하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 넘게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와 사업을 주도하는 업체가 같지 않은 괴리가 발생해 책임감 있는 경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산업자본의 은행보유 지분을 50%까지 늘리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으나 법안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