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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지주사로 이동, 구본무 LG그룹 경영권 승계를 고심하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11-26 18: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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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지주사로 이동, 구본무 LG그룹 경영권 승계를 고심하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

“변화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근본적이고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근 임원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과감한 체질개선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LG그룹이 26일 꺼내든 정기인사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주사 LG로 이동했다. 구본준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맡지 않고 신성장사업추진단을 책임졌다.

구본준 부회장이 그동안 줄곧 LG전자를 비롯해 주요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아온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관’이나 마찬가지다.

구본준 부회장에 대한 이런 인사는 구본무 회장의 고심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 신성장사업추진단장 구본준

구본무 회장은 11월 초부터 계열사별로 업무보고를 받고 올해 실적과 내년 사업전략을 직접 챙겼다. 이번 인사는 그 결과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의 초점은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에서 물러나 지주사 LG로 이동한 대목이다.

구본무 회장은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대안을 세우지 않았다. 대신 재무를 책임지는 정도현 사장과 함께 조성진 H&A사업본부 사장과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 등 3인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했다.

LG화학과 함께 LG그룹의 쌍두마차인 LG전자에 구본준 부회장의 빈 자리를 채우지 않고 지주사 LG로 이동한 것은 구본무 회장이 그만큼 고심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구본무 회장이 구본준 부회장에게 새로 맡긴 자리는 책무가 막중하다.

신성장사업추진단은 구본무 회장의 그룹의 미래를 걸고 추진하는 친환경 에너지와 자동차부품사업을 지주회사 차원에서 방향을 잡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구본준 부회장은 지주사 LG에서 이사회 멤버로 포함되지 않았다. LG는 구본무 대표이사 회장과 하현회 대표이사 사장 등 기존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 단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의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다.

이런 인사를 놓고 재계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구본무 회장이 구본준 부회장의 추진력을 믿고 LG그룹의 미래사업을 맡겨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구본준 지주사로 이동, 구본무 LG그룹 경영권 승계를 고심하다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재계 관계자는 “신사업은 손실이 나더라도 구애받지 않고 밀어붙일 수 있는 오너 경영인의 뚝심이 있어야 성과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구본준 부회장은 1999년 네덜란드 필립스에서 당시 사상 최대규모인 1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그는 이후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 내부의 반대에도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LG디스플레이를 현재 LCD시장 점유율 1위에 올려놓는 기반을 닦았다.

구본무 회장은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의 미래사업에서도 이런 뚝심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 구본준에 대한 구본무의 고심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5년 동안 맡은 성과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확산되자 더이상 상처를 받지 않도록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것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에서 보여준 경영능력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던 2010년 10월 LG전자 구원투수로 나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다. 이를 통해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과 TV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생활가전회사로 전락해 위기에 몰린 상황에 구본준 부회장도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LG전자를 놓고 구글 인수설, SK그룹의 인수설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올해 인사를 앞두고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퇴임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구본무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과 권영수 LG화학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인적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 만큼 구본준 부회장도 LG전자의 위기상황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지주사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이라는 자리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구본준 부회장이 오너 일가인 만큼 LG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게 해 언제든지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일선에 나설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지주사 LG로 자리를 옮기지만 대표이사를 맡지 않고 신사업추진단을 이끄는 역할에 국한된 것은 실질적 권한이 대폭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LG에 모인 구본무 구본준 구광모

이 대목에서 구본무 회장이 깊이 고심한 흔적이 읽힌다. 곧 LG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지주사 LG로 이동하면서 LG에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형제를 비롯해 후계자로 꼽히는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 상무가 모두 한곳에 자리한 모양새가 됐다.

  구본준 지주사로 이동, 구본무 LG그룹 경영권 승계를 고심하다  
▲ 구광모 LG 상무.
LG그룹은 장자승계의 원칙이 뿌리 깊어 구본무 회장이 구광모 상무에게 그룹의 경영권을 넘길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문제는 구본무 회장과 구광모 상무의 나이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물론 구본무 회장은 70세를 넘겼지만 여전히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구광모 상무는 올해 37세로 LG그룹 경영권을 승계받기에 아직도 너무나 젊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LG그룹에서 ‘부드러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구본준 부회장이 과도기에서 ‘병풍’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그동안 LG그룹을 대표해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LG그룹을 대표해 재계 행사에 얼굴을 내비치는가 하면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도 구본무 회장과 함께 나란히 조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능력에 대해 심각한 상처를 받는 것은 구본무 회장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의 신성장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향후 구광모 상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때까지 중간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 구본무 회장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제가 있어야 한다. 곧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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