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화려한 시절’을 마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D램가격이 하락하고 중국업체들이 낸드플래시의 대량생산을 앞두고 있어 업황이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력으로 격차를 벌여 중국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려 하고 있지만 중국기업들의 추격속도가 빨라 격차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 D램 업황악화에 중국발 우려 겹쳐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화려한 시대’가 저물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PC시장 수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D램가격이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D램시장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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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D램 대표제품인 DDR3 4기가의 가격이 올해 들어서만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큰 폭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D램가격의 하락으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 연구원은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메모리반도체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우려를 낳게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9월 미국 하드디스크업체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낸드플래시업체인 샌디스크를 우회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을 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의 계열사 동팡궈신전자는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14조 원이 넘는 금액을 끌어와 반도체공장 신규설립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모리반도체인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주력사업이다. 낸드플래시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세계 1위, SK하이닉스는 4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D램가격이 계속해 약세를 보이고 중국업체가 낸드플래시 분야에 본격 진출을 예고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누린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의 90%를 국내 등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국가인데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자급하기 시작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판매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어 연구원은 “내년 반도체시장은 중국의 반도체 투자에 대한 우려와 수익성 확보에 대한 어려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바닥을 다지는 구간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기술력 확보로 대응,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의 물량공세에 대응해 신기술 확보에 주력하며 집적도를 높인 고성능반도체에 집중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려고 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0나노 미세공정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개선한 D램제품을 양산하며 고성능스마트폰과 서버용 D램 수요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20나노 D램 공정기술 개발과 수율향상에 주력하고 있다”며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이런 기술력 향상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최근 “SK하이닉스는 20나노 공정 D램 양산을 이미 시작했다”며 “제품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으며 고객사들에게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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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 수요부진과 공정전환 지연으로 부진했지만 내년부터 신공정이 본격적으로 도입돼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소자를 3차원으로 쌓는 3D 낸드 공정기술을 적용한 고성능 SSD제품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의 낸드플래시 생산시설을 3D 전용으로 전환하는 등 내년 시설투자를 3D 낸드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3D 낸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어 연구원은 3D 낸드 시장이 서버와 PC용 SSD 수요증가와 스마트폰 성능 고사양화로 성장이 기대된다며 3D 낸드 기술발전이 낸드플래시의 공급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도 중국업체들의 낸드플래시사업 기술력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며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신성장사업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정부지원과 거대자본을 토대로 위협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도 균형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1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투자자포럼을 통해 모바일프로세서(AP)와 이미지센서 기술력을 강화하고 바이오센서 분야에도 새로 진출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