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8일 오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연임을 놓고 “무겁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회장은 그가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산업론자’라며 새로운 먹거리산업 발굴을 위해 1960~1970년대에 이뤄진 국가정책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28일 오후 2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연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26년 만의 첫 연임이라고 칭찬을 들었지만 반길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책임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3년 동안 꼭 해결해야 할 일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후유증 처리,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지원, 신산업 발굴 육성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의 부채가 크게 늘어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잘 극복하느냐가 우리경제의 안정성과 성장 잠재력 회복을 위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봤다.
이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산업은행 수장으로서 국내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이끌며 느낀 소회를 바탕으로 구조조정과 관련한 우리의 낡은 관습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특히 한국GM 노조를 겨냥해 구조조정 자구계획을 마련할 때 했던 약속들을 노조가 실행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안정된 노사관계가 전제돼야 구조조정도 안정적으로 간다”며 “한국GM 부평공장이 문을 닫는다는 보도까지 나온다는 건 정상화에 굉장히 큰 충격이 될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사와 노조, 채권단과 기업 사이의 신뢰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경영 정상화의 길이 더욱 멀어져 구성원들 고통이 더욱 커지고 회사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국내 기업에서 노사관계 리스크가 큰 이유로는 1년마다 협약이 이뤄진다는 점, 호봉제에 따른 세대 갈등, 부족한 사회안전망 등을 꼽았다.
이 회장은 “1년마다 교섭이 이뤄지면 기업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기 어려워지고 매번 비용이 드는 비효율이 초래된다”며 “다른 나라처럼 협약체계를 다년으로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격렬한 논쟁과 투쟁 속에 협약을 맺더라도 일단 결정되면 3~5년 운영돼야 기업이 장기 계획을 갖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실기업은 시대에 따라 안 나올 수 없다”며 “부실기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하느냐가 경제활력에 매우 중요한데 그 고통을 사회가 공동으로 분담함으로써 아픔을 덜어주고 구조조정을 빨리 할 수 있는 경제체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혁신기업 성장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는 “초기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걸 넘어서서 펀드 대형화, 스케일업 투융자를 과감하게 진행하겠다”며 “미래 성장에 기관차가 될 수 있는 유니콘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특히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문화콘텐츠, 바이오, 그린뉴딜 등을 강조하며 전통산업 가운데 지원이 부족해 낙후된 사업으로는 물류산업을 꼽았다.
이 회장은 스스로를 시대에 뒤떨어지는 산업정책론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TV광고에 나온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신랑이 땅에서 솟아나니’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이 회장은 “삼성, LG 이런 곳은 지금 가치로 따지면 수십에서 수백 조 원을 지원받았다”며 “광고에서처럼 가만히 있는다고 미래를 책임질 기업은 땅에서 솟아나지도 하늘에서도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