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 주관을 맡아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SK바이오팜에서 카카오게임즈로 이어졌던 공모주 열풍이 한 풀 꺾인 것 아니냐는 시선에 더해 상장을 앞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두고 고평가 논란까지 일고 있다.
▲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25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내놓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 후 기업가치 전망은 7조2천억 원에서 14조 원 사이를 오간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적정 시가총액을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조2745억 원,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4조 원 정도로 바라봤다.
적정 기업가치 전망이 2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일 만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향후 실적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큰 것이다.
2019년 방탄소년단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매출 가운데 97.4%를 벌어들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고 수익을 다각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그 결과 방탄소년단의 비중은 올해 상반기 87.7%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로 지금과 같은 활동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 오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 산정방식을 놓고 과도한 부풀리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위버스(Weverse)’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놓고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비교 대상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도 포함했는데 이런 선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위버스 플랫폼에서 온라인 콘서트, 멤버십 제도, 굿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플랫폼의 지속성 여부가 불확실한상태에서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교 대상에 넣었다는 것이다.
공모가 산정을 위한 가치평가 등은 상장주관사의 업무이기 때문에 이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는 점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신규상장한 공모주들이 증시에서 힘을 못 쓰고 있는데 이를 놓고 공모주 열풍이 사그라진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는 점도 주관사에게는 흥행 부담을 더하는 요인이다.
21일부터 24일 증시에 상장한 비비씨, 박셀바이오, 원방테크 등 주가는 상장 첫 날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를 둘러싼 이런 논란은 앞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조 단위 뭉칫돈을 몰고 왔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보인 신기록 행진을 놓고도 투자심리가 과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그럼에도 과열양상은 계속됐고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결국 조정국면에 접어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사례를 통한 학습효과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두 종목 만큼의 공모주 청약열기를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 흥행에 성공했지만 상장한 후 주가 조정세가 계속되고 있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처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도 상장 이후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25일 기준 SK바이오팜 주가는 7월10일 고점(26만9500원) 대비 41.19%(11만1천 원) 떨어진 15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9월18일 장중 최고가(8만9100원)와 비교해 43.66%(3만8900원) 밀린 5만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