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23년 동안 운영해온 면세점 문을 닫게 됐다.
문종훈 사장은 워커힐면세점을 지키고 추가로 서울 시내면세점의 특허권을 따내려고 했는데 빈털터리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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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
문 사장은 SK네트웍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SK네트웍스가 워커힐호텔에서 운영해온 워커힐면세점이 14일 서울 시내면세점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워커힐면세점은 16일 특허권이 만료된다.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을 앞세워 추가로 서울 시내면세점사업권 확보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관세청이 2013년부터 5년마다 경쟁입찰 시행을 결정한 뒤로 기존 면세점사업자가 사업권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종훈 사장은 워커힐면세점을 ‘도심 복합리조트형 면세점’으로, 동대문은 ‘지역밀착형 면세점’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을 내세우며 면세점사업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워커힐면세점이 그동안 매출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서울 동쪽 끝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연매출은 2700억 원 수준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6곳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국내 면세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이 3%에 불과했다.
이번에 서울 시내면세점을 관광 인프라로 인식하면서 시내면세점을 키울 수 있는 곳에게 사업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경쟁그룹 회장들에게 비하면 최태원 회장은 면세점사업을 거의 외면하다시피 했다.
물론 최 회장은 SK그룹의 주력인 반도체와 통신, 정유사업에서 할 일이 태산인 만큼 SK네트웍스의 면세점사업에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심지어 SK그룹 내부에서 SK그룹이 유통 인프라가 거의 없는 데도 SK네트웍스가 워커힐면세점 지키기에 주력하기보다 추가로 서울 시내면세점을 따내려고 하는 데 대해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문종훈 사장은 SK네트웍스의 성장동력을 놓고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의 매출은 E&C(에너지&자동차) 43%, 상사 27%, 정보통신 24%, 패션과 면세점 5% 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사부문을 제외한 사업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더욱이 SK네트웍스는 KT렌터카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한 이후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공백상태에 놓여있다.
문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K네트웍스는 장기성장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 영업이 중단되면서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부터 1천억 원을 들여 워커힐면세점을 지금보다 2.5배 규모로 키우는 개보수작업을 해왔는데 헛일이 되고 말았다.
장기적으로는 워커힐호텔의 매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커힐호텔은 카지노와 면세점이 한 곳에 있어 강점을 갖고 있었는데 그 차별성이 사라지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