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뒤 실적이 안정적으로 좋아질 수 있는 분야는 5G통신부문이다. 성장 가능성으로 보면 전기자동차부문을 가장 크게 본다.”
2018년 전동규 서진시스템 경영총괄 사장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전 사장이 주목해온 5G통신과 전기자동차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 전동규 서진시스템 경영총괄 사장.
17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서진시스템은 기존 사업인 5G통신장비, 반도체장비 부품뿐 아니라 신규사업인 전기자동차 부품 등 모든 사업분야 전방산업이 우호적 업황을 맞이하면서 큰 폭의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서진시스템은 알루미늄 등을 주요 원재료로 각종 금속케이스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정밀주조기술과 금속가공기술을 바탕으로 통신장비부품, 휴대폰 메탈케이스, 반도체장비에 사용하는 구동장치 등을 설계, 제작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고 있고 2016년 서진오토를 세워 전기차 연료전지 케이스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케이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서진시스템은 상반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5G통신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주력사업인 통신장비부품부문 실적이 주춤하면서 성장가도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곧바로 하반기에 통신장비부품부문 매출부터 회복하고 전기차부품 등 기타부문 사업도 확장을 지속하면서 2021년에는 다시 깜짝실적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진시스템이 5G, 전기차, 가정용품, 반도체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왔는데 각 사업부문 실적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통신장비부품사업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국내와 해외에서 5G통신장비사업 수주를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전기차부품 등 기타부문 매출 증가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서진시스템은 5G, 전기차, 반도체 등 전방산업이 모두 코로나19 극복과 경제성장률 회복을 위한 투자처로 거론되는 영역이라 실적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실적이 주춤한 듯 보이지만 오히려 코로나가 ‘탈중국’ 속도를 가속화시켰다는 점에서 중국을 대체해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서진시스템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사장은 회사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 사업 다각화와 원가 경쟁력 확보, 이 두 가지에 집중했는데 이런 전략이 적중했다.
서진시스템은 최근 5년만 보더라도 눈부신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2015년 서진시스템 연결기준 매출은 777억 원 수준이었는데 2016년 매출 1659억 원, 2017년 2379억 원, 2018년 3246억 원, 2019년 3924억 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정 사장은 반도체부품 금형을 제조하는 회사로 시작한 서진시스템의 사업영역을 통신장비, 스마트폰부품 등으로 넓혀 통신장비사업을 회사의 기둥사업으로 키웠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17년 자동차부품사업을 시작했다.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등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고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시장이 확대되면서 ‘미래 자동차’에서는 ‘경량화’의 의미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진시스템은 알루미늄 소재 가공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이런 시장과 산업의 변화에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바라본 것이다.
더불어 자율주행을 위한 각종 부품들이 증가하면 가벼운 소재인 알루미늄을 활용한 자동차부품사업 전망은 더욱 밝다고 판단했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자동차용 알루미늄 수요는 2025년까지 한 해 평균 8.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서진시스템의 주력사업은 2019년 기준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통신장비부품부문이지만정 사장이 전기차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으면서 전기자동차 연료전지 케이스 제조 등 기타부문 매출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전기자동차부품이 포함된 기타부문 매출 비중은 2018년14%에서 2019년 23.6%로 높아졌다. 2020년 2분기에는 기타부문 매출이 전체의 32.6%에 이르렀다.
정 사장은 일찍부터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설립하며 원가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실었다.
서진시스템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인 금속가공업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회사들에 밀려 국내에서 힘을 잃은 분야다. 하지만 정 사장은 2011년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법인 서진비나를 세우고 그 뒤로도 베트남 생산기지를 확대하면서 이런 약점을 보완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진시스템은 국내 정보통신(IT)기업 등이 생산을 줄인 제품들을 납품하면서 더욱 성장해왔다.
정 사장은 1970년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생업에 뛰어들어 25살의 나이에 서진시스템의 전신인 ‘서진테크’를 창업했다. 그 뒤 개인 휴대전화시대를 맞아 휴대폰 메탈케이스 제조 등으로 일감을 늘려 2007년에는 서진시스템으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법인으로 전환했다.
서진시스템은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개인기업으로 시작한 지 21년 만인 2017년 3월27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