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9-16 14: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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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영철 제넥신 대표이사 회장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속도’보다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 회장은 백신만으로는 코로나19를 완벽히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해 치료제 개발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 성영철 제넥신 대표이사 회장.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넥신이 DNA백신 ‘GX-19’를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하기 위해 국내에서 임상1상 진행하고 있는데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면 속도가 늦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는 9개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3상을 거치고 있는 백신 가운데 일부는 2021년 초에 판매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는 최근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어떤 것도 10월 말 이전에는 미국에서 승인을 받을 것 같지 않다”며 “하지만 효과가 있다면 12월이나 2021년 1월에는 최소 2~3개 백신은 승인을 받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제넥신의 DNA백신 ‘GX-19’는 이제 임상1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러야 2021년 하반기에나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넥신은 올해 10월 임상1상을 마친 뒤 11월 임상2상, 2021년 1분기 임상2b·3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1년 여름에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2021년 하반기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제넥신도 글로벌기업들과 속도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인정했다.
우정원 제넥신 연구소장은 11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속도는 다른 글로벌 제약사보다 느리다. 현재로서는 세계 최초 백신이 되기 어렵다”며 “그래서 제넥신은 조금 늦더라도 안정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베스트 백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에서 일부 경미하거나 중간단계의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정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에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임상을 중단했다.
성 회장은 제넥신의 DNA백신이 부작용이 적은 안전성이 높은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DNA백신은 인공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기존의 백신에 비해 더 순수하게 만들 수 있다. 기존의 백신은 자연 상태의 병원균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 원하지 않은 물질이 섞일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
또 독성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균이 번식하여 살아가려면 병원균이 가지고 있는 여러 유전자가 필요하지만 DNA백신은 여러 유전자 가운데 하나 혹은 몇 개의 유전자 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로 들어가서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넥신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생산이 빠르고 단가가 싸며 안전성 우려가 별로 없는 DNA백신을 개발할 것”이라며 “안전성을 따지는 임상1상은 가을에 끝난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백신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백신만으로는 코로나19를 완벽히 잡을 수 없어 치료제와 병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50% 이상의 예방효과를 지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매년 맞는 독감 백신도 예방효과는 40~6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넥신은 항암제로 개발하고 있는 유전자 재조합 인간 인터루킨-7 성분의 ‘GX-17’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성 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세계 200여 개 백신이 개발되고 있고 한국은 15번째로 다소 늦은 시작이지만 한국 최초 개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며 “백신주권 확보를 위해 2021년 말까지 상용화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