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공채를 진행하며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은 코로나19로 채용일정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2일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대부분 은행들이 하반기 공개 채용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의 하반기 채용일정은 8월 말에서 9월 초에 나왔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에 공개 채용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8월 말이나 9월 초에 공개채용을 실시해 12월 쯤 연수를 진행해야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공개채용 시기를 결정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기준으로 신한은행(430명), KB국민은행(410명), 하나은행(200명), 우리은행(750명) 등 채용규모에 비춰보면 은행권이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수 만명이 밀집해야 한다.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진행하고 있고 3단계 격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채용일정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채용규모면에서는 적은 수지만 비대면 채용을 통해 인력 확보에 분주하다.
카카오뱅크는 1일 경력 개발자 공채를 실시하겠다는 공고를 내놨다. 20개 분야에서 수십 명(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면 진행이 필요한 필기시험이 없는 대신 온라인으로 직무에 따른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대출 영업을 재개한 케이뱅크도 6월부터 26개 분야에서 채용을 진행해 현재 30~40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2021년 토스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도 8월31일 고객 상담부서 30명을 공개채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비해 모든 채용절차는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연말까지 80여 명을 추가로 충원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일각에서는 인력채용에서도 디지털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과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은행권이 비대면으로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이유가 기술력 차이에 있지 않냐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기술적 측면보다는 공정성을 비대면 채용을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는다.
금융업계는 금융권에 채용비리 사태가 지속해서 발생하자 2018년 6월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채용전형에서 필기나 면접 중 한 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필기시험을 채용 과정에서 제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삼성그룹이 온라인으로 필기시험을 진행하긴 했지만 응시자들 사이에서 대리시험이나 부정행위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며 "기술력도 문제지만 공정성도 담보되지 않은 비대면 필기시험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반기에도 코로나19에 공개채용을 하반기로 미뤄둔 만큼 시중은행들이 별도의 방안을 마련해 채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상반기 은행권은 공개채용을 미루고 수시채용을 진행한 곳이 많다"며 "코로나19 확산 여부를 지속해서 모니터링 해 채용규모나 일정계획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