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금호기업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억 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원군으로 나선 셈이다.
CJ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과거 대한통운을 인수한 적이 있어 두 그룹의 인연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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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6일 CJ그룹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 측의 요청으로 금호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CJ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보유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물류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호기업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하기 위해 최근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박 회장이 금호기업을 통해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는 금호산업에서 금호기업으로 바뀌게 된다.
박 회장은 4200억 원으로 금호기업을 설립하기로 하고 개인적으로 마련한 1540억 원을 금호기업에 출자했다.
박 회장은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보유한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다.
박 회장은 나머지 2700억 원 확보를 위해 외부투자를 추진하고 있는데 CJ그룹이 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CJ그룹 외에도 대상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등 4~5개 그룹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물류사업 등에서 협력을 위한 것이며 경영권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CJ그룹은 2011년 12월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인연이 있다.
박 회장은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몸집을 키우다 유동성 위기를 맞아 대한통운을 CJ그룹에 매각했다.
대한통운은 CJ대한통운으로 이름이 바뀌어 CJ그룹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당시 대한통운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의 꿈조차 꾸기 어려워졌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CJ그룹이 이번 금호기업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박 회장에게 두 번이나 '백기사' 역할을 해준 셈이다.
CJ그룹이 이번에 박 회장의 지원군으로 참여한 배경에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개인적으로 두터운 친분도 작용했을 것으로 재계는 파악한다.
손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으로 이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고문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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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식 CJ그룹 회장. |
손 회장은 이 회장이 수감생활과 건강악화로 경영일선을 떠나면서 CJ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손 회장은 2013년 8월 박용만 회장에게 바통을 넘기기까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기도 했다.
특히 박 회장과 손 회장의 부인이 서울대 미대 동창이라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CJ그룹이 최근 인수합병(M&A)와 사업재편, 투자결정 등 재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이슈들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재현 회장은 오는 10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이 파기환송 결정을 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CJ그룹은 CJ헬로비전을 매각하고 코웨이 인수에 나서는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건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이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와 연관해 바라보는 시각도 재계에 존재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