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 3곳과 함께 27일까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하는데 특히 하나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시선이 몰린다.
▲ 지성규 하나은행장.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와 비교해 배상액 규모는 적지만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놓고 고민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한 기관제재를 놓고 금융당국과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하반기 금감원의 종합검사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조정안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650억 원, 신한금융투자는 425억 원, 하나은행은 364억 원, 미래에셋대우는 91억 원을 투자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하나은행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00% 배상이라는 선례를 남기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준 뒤 라임자산운용 등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판매사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분쟁조정안을 거절하면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
윤 원장은 25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이번 조정안을 수락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만약 피해구제를 등한시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모두 잃으면 금융회사 경영의 토대가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사들이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27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 윤 원장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판매사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할 수 있다.
윤 원장이 11일에도 임원회의에서 ‘편면적 구속력’제도 도입을 들며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판매사들이 분쟁조정안을 거절하면 금감원에 정면 도전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나은행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인다면 금감원과 긴장관계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일부 영업정지 6개월’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같은 사안에서 우리은행은 기관제재를 받아들였다.
하나은행이 하반기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문제를 털고 가는 것이 부담을 덜 수 있다. 금감원은 8월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지만 코로나19로 검사일정을 9월로 연기했다.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통해 소비자 보호 측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엮여 있다.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하나은행, 미래에셋대우는 7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결정시한을 한 달 연장해줬다.
판매사 4곳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