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 후 소각 계획을 내놓으면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나 한화그룹도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주의 지지를 받는 일도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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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삼성그룹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의 결정을 내리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재벌기업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그룹 등 ‘3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그동안 주주보다 오너의 이해관계에 합치하는 의사결정만 내려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업 분할, 합병, 지분상속 등 지배구조 개편이 주주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데도 경영권 승계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11조3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시선도 달라졌다.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정했고 배당도 확대하면서 주주들의 오해를 없앴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에 앞서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 등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대기업도 삼성그룹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 대기업이다.
윤 연구원은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작업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 과정이 주주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의 주주친화정책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결정하면서 앞으로 자사주 소각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자사주 매입을 했으나 자사주 소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이 2012년 7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것이 최근 몇년 동안 가장 대규모로 이뤄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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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 |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들이 올해 시행한 자사주 소각 규모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21억 원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지만 약효가 별로 없는 점도 앞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설 가능성을 높인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지주사인 SK까지 합쳐 2조 원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주가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결정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국내 대기업의 주주친화 정책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은 사실”이라며 “실질적인 주주환원이 예상돼 지배구조 개편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