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 후 소각 계획을 내놓으면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나 한화그룹도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주의 지지를 받는 일도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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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삼성그룹 등 ‘3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그동안 주주보다 오너의 이해관계에 합치하는 의사결정만 내려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업 분할, 합병, 지분상속 등 지배구조 개편이 주주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데도 경영권 승계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11조3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시선도 달라졌다.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결정했고 배당도 확대하면서 주주들의 오해를 없앴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에 앞서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 등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대기업도 삼성그룹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 대기업이다.
윤 연구원은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작업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 과정이 주주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의 주주친화정책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결정하면서 앞으로 자사주 소각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자사주 매입을 했으나 자사주 소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이 2012년 7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것이 최근 몇년 동안 가장 대규모로 이뤄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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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 |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지만 약효가 별로 없는 점도 앞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설 가능성을 높인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지주사인 SK까지 합쳐 2조 원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주가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결정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국내 대기업의 주주친화 정책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은 사실”이라며 “실질적인 주주환원이 예상돼 지배구조 개편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