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안동우 제주시장(왼쪽)과 김태엽 서귀포시장(오른쪽)에게 임용장을 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도청>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대통령선거 도전을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 지사는 최근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힌 뒤 언론 노출을 늘리고 중앙정치와 접촉면을 넓히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서귀포 시장 임명을 계기로 독단적 도정 운영을 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그는 1일 뉴스1제주본부와 인터뷰에서 “시대정신을 실천하며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고 국민 행복과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여는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거듭 대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
원 지사의 대선 도전 공개는 처음이 아니다. 통합당이 총선에 참패한 뒤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체제의 출범이 가시화된 5월 중순부터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대선 도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최근에는 서울에 자주 오가며 통합당 내 정치인들과 접촉면도 넓히고 있다.
원 지사는 6월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특별강연도 했다. 이 자리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장제원 통합당 의원을 물론 무소속 홍준표, 장제원 의원 등 범보수 야권인사가 많이 모였다.
원 지사는 앞으로도 잦은 서울 나들이를 통해 대선주자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서귀포 시장 임명을 계기로 독단적 도정 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와 원 지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원 지사는 이날 김태엽 전 서귀포 부시장을 서귀포시장에 임명했는데 이를 두고 제주도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최고조로 높아졌다. 김 시장은 제주도의회가 인사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전력을 들어 부적격으로 판정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3월26일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돼 벌금 8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직사회에서 음주운전과 관련해 인사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불과 3개월 전에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은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청문회 과정에서 탈세, 부동산 편법 증여, 임대사업 지연 등록, 공무원 임대사업 겸직허가 위반, 아들 특혜 채용 등 여러 다른 의혹들도 제기됐다.
물론 제주도의 행정시장 임명권은 전적으로 도지사의 소관으로 인사청문회 자체가 법적 의무가 아닐뿐더러 도의회의 청문심사보고서도 법적 효과는 없다.
하지만 도의회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부적격 사유를 들었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원 지사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이전에도 제주도 정무직과 도내 공공기관 인사에서 도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낸 인사의 임명을 수차례 강행한 적이 있다.
인사문제 외에도 원 지사가 도정 과제들을 추진하며 독선적 이미지를 보인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용한 일이 대표적이다.
원 지사는 영리병원 개원 허용이 의료 민영화의 첫 단계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2018년 12월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당시 영리병원 설립을 두고 시민단체는 물론 국민여론도 좋지 않았다.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제주도민 180명을 대상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과 관련한 공론조사를 시행했는데 여기서도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이 때도 여러 시민단체에서 원 지사의 결정을 놓고"전면적 의료민영화의 포문을 연 반민주적 폭거"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보수진영 내 소장파로서 개혁적 이미지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원 지사에게 도정운영에서 비춰진 독선적 이미지는 대선 도전에 부담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대 대선을 앞둔 2016년 12월 20~23일 여론 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KBS와 한국정치학회의 의뢰를 받아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소통능력’(30.4%)은 가장 많은 국민들로부터 다음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꼽혔다.
도덕성(29.2%)과 리더십(18.4%)이 뒤를 이었다. 이 여론조사는 19세 이상 성인 3천 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고 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 ±1.8%포인트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원 지사의 김 시장 임명 강행은 도민 여론을 무시하고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한 인사 폭거”라며 “원 지사의 오만과 독선, 불통인사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