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대표가 엔씨소프트 경영권 지배력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넥슨이 보유하던 엔씨소프트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도 주식을 일부 사들여 엔씨소프트의 지배력을 높였다.
그러나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완벽히 방어하기에 불안요소가 많다.
◆ 넥슨, 엔씨소프트 지분 매각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330만6897주(15.08%)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16일 매각했다.
1주당 18만3천 원에 매각해 총 거래규모는 약 6051억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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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주 NXC 대표. |
이로써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관계는 약 3년 만에 끝났다.
넥슨은 2012년 2차례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넥슨이 올해 초 엔씨소프트의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크게 불거졌고 마침내 갈라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와 관계를 맺은 것은 글로벌 게임회사 ‘일렉트로닉아츠’(EA)를 인수하는데 첫 번째 목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EA 인수가 물거품이 되면서부터 사실상 협력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두 회사가 그 뒤 사실상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넥슨은 “주주 가치와 자본 효율성 개선이라는 기본원칙에 따라 지분매각을 결정했다”며 “엔씨소프트와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도 “한국 게임산업을 이끌어 가는 두 기둥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앞으로도 우호적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며 “넥슨의 이번 지분매각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경영권 불안 해소할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블록딜에 참여해 매물로 나온 엔씨소프트의 지분 가운데 약 10%를 매입했다. 이를 수량으로 환산하면 약 44만여 주다.
이에 따라 김 대표가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은 9.98%에서 11.99%로 늘었다. 김 대표는 지분 11.76%를 보유한 국민연금를 앞질러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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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그동안 추진하는 사업과 기업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4월 웹툰 서비스업체인 레진엔터테인먼트와 전자결제사업자인 KG이니시스 등에 각각 50억 원과 450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무인항공기(드론)를 제작하는 바이로봇에도 15억 원을 투자하는 등 신사업 개척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는 ‘모바일게임 드라이브’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의 무게추가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데 대응하기 위해 올해 4분기부터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과 ‘아이온 레기온스’ 등의 신작 모바일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를 끝으로 몇몇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김 대표는 인사권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사업적 측면의 불확실성이 잦아들고 엔씨소프트가 추구하는 본원사업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 여전히 남은 불안요소
그러나 불안요소는 아직 남아있다.
김 대표가 매입한 44만 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 287만여 주를 누가 매입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증권거래법상 이번 블록딜에 참여해 엔씨소프트의 지분 5% 이상을 매입하게 되면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그보다 적은 수량을 매입했을 경우 공시의무가 없다.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 지분 8.9%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블록딜에 참여하지 않았고 앞으로 지분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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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화텅 텐센트 회장. |
주목되는 것은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다.
텐센트는 지난해 넷마블게임즈에 무려 53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매입했다. 또 파티게임즈와 네시삼십삼분(4:33) 등에도 투자하는 등 한국 게임회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텐센트는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의 중국 서비스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텐센트가 엔씨소프트의 지분 일부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돈다.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와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텐센트가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입했을 경우 향후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게 된다.
투자증권(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록딜로 흩어진 지분의 행방은 알 길이 없지만 텐센트가 빠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텐센트가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매입했다면 수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향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