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코로나19 뒤를 바라보며 바이오와 반도체부문 투자와 사업 확장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SK 관계자에 따르면 23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2020 SK 확대경영회의’에서는 ‘기업가치를 어떻게 하면 더 높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큰 주제 아래 그룹 각 계열사가 각자의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최 회장은 해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을 한 자리에 모아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다음해 경영전략을 위한 화두를 던져왔는데 올해 주제는 ‘기업가치’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와 산업환경의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업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SK그룹 각 계열사들 모두가 각자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내놓겠지만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부문은 SK그룹의 바이오와 반도체사업이다.
바이오와 반도체는 그룹 차원의 성장을 이끌 사업으로 꼽혀온 데다 포스트 코로나19시대 각 계열사 사업과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SK실트론이 만드는 화합물웨이퍼인 ‘실리콘카바이드(SiC)웨이퍼’는 고경도, 내전압, 내열 등의 특성이 있어 전기차, 5G통신망 등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SK그룹은 바이오와 반도체사업을 확장하며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반도체소재공장 건립에 400억 원을 투자하고 중국 지주사 SK차이나를 통해 중국 반도체기업 지분 일부도 확보했다.
바이오, 반도체소재부문 비상장계열사의 상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기업가치를 현실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SK는 자회사 SK바이오팜의 상장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다음 기업공개 후보로는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 의약품 위탁생산 자회사 ‘SK팜테코’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에 따른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3조8천억 원 수준이다. SK실트론은 올해 1분기 총자산이 3조4504억 원이다. 증권가에서는 SK실트론이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바라본다.
비상장계열사의 상장은 포스트 코로나19시대 새로운 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최 회장은 3월 그룹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할 시간”이라고 말했는데 바이오와 반도체를 대들보로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SK 관계자는 “확대경영회의는 특정한 분야보다는 큰 틀의 경영전략을 이야기하는 자리”라면서도 “올해도 바이오와 반도체소재 쪽의 투자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해마다 6월 SK그룹 각 계열사 경영진을 모두 불러 그룹의 경영전략과 미래 비전 등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최 회장은 2016년 회의에서는 계열사 경영진들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주문했다.
2017년에는 SK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각종 사업 인프라와 경영 노하우 등 유·무형의 자산을 사회와 구성원, 협력사의 성장과 발전에 활용하자며 ‘사회적 가치 창출’과 ‘공유 인프라’를 강조했다.
2018년에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 2019년에는 ‘구성원의 행복’ 등을 화두로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