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회장은 올해 말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꿈을 이를 수 있는 발판을 조기에 마련하기 위해 또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할 수도 있다.
12일 바이오·제약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이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2019년에 제시한 ‘비전2030’의 달성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 회장은 2030년까지 40조 원을 투자해 영업이익 측면에서 화이자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화이자는 존슨&존슨, 로슈와 함께 글로벌 3대 제약회사로 꼽히는 기업으로 시가총액이 301조 원을 넘는다.
셀트리온은 1년에 1개씩 3조~4조 원 가치의 신약 20개를 시장에 출시해 10년 안에 수십 조 원의 매출을 거두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서 회장은 비전2030 발표식에서 “화이자의 매출은 55조 원, 영업이익은 16조 원”이라며 “2030년이면 매출은 몰라도 영업이익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의 비전을 달성하려면 합성의약품사업 확대는 필수적이다.
셀트리온은 류머티즘관절염, 궤양성대장염 등의 치료제 ‘램시마(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기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사업부문은 이미 충분히 강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합성의약품시장은 글로벌 의약품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해 2021년까지 규모가 1천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부문 인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회사를 달성하기 위한 발걸음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이 인수한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부문은 연매출 2천억 원에 영업이익률 2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는 등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2019년 매출 1조1285억 원을 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합병으로 상당한 외형성장을 이루게 된다.
게다가 셀트리온은 이번에 판권을 확보한 약품들의 특허가 만료되면 복합제로 개발해 글로벌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합성의약품분야에서는 단일 약품으로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복합제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미약품의 고혈압, 고지혈증 치료제 ‘아모잘탄’이 대표적 복합제로 2019년 의약품시장 조사기관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아모잘탄의 원외처방액은 981억 원에 이른다.
셀트리온이 2018년 11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은 에이즈(HIV) 치료제 ‘테믹시스’도 GSK의 항바이러스제 ‘제픽스’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비리어드’의 복합제다.
셀트리온은 그동안 셀트리온제약을 통해 합성의약품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아직 규모는 바이오의약품사업에 비해 크지 않다.
이번에 영업양수한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부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복합제를 개발하고 더 나아가 신약까지 개발한다면 그 규모가 바이오의약품사업만큼 커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이번 영업양수를 통해 기존 바이오시밀러에 합성의약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회사로 역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셀트리온이 이번 인수를 통해 더 공격적으로 기업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회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 인수합병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다케다제약도 수차례 기업 인수합병을 하면서 글로벌 제약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이제는 국내 제약회사도 글로벌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기업 인수합병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기존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있으면 추가적 인수합병도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