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이 정유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외부 협업을 통한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GS칼텍스가 GS그룹의 핵심계열사로 꼽힌다는 점에서 허 사장의 혁신 시도는 그룹 차원의 체질 변화를 선도한다는 의미가 작지 않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이 취임한 이후 다음 회장을 바라보는 오너 4세들의 경쟁구도가 상당히 좁혀진 상태인데 허 사장이 GS칼텍스에서 혁신성과를 충분히 쌓는다면 이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12일 GS칼텍스에 따르면 허 사장은 정유회사가 자체적으로 키워내기 쉽지 않은 사업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SK에너지와 함께 물류 스타트업들을 끌어들여 진행한 주유소 택배 ‘홈픽’, 현대차와 함께 조성한 복합 에너지스테이션(모든 차량연료를 공급하는 충전소), 외부 물류회사뿐 아니라 그룹 유통계열사들의 네트워크도 활용하기로 계획을 세운 주유소 드론 배송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정유업계는 정유사 매출에서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대략 5% 안팎으로 추산한다. 허 사장이 당장 GS칼텍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주유소 신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 모빌리티산업은 에너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차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추진될 그린뉴딜은 친환경차 육성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고려하면 허 사장은 GS칼텍스가 미래차시대에 연료 공급의 패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유소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 것으로 해석된다.
허 사장이 GS칼텍스 주유소를 넘어 사업 전반적으로 외부와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월 네이버와 데이터 관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원유 도입 효율화를 위해 영국의 국제유가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오일엑스에 12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사들였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외부 협업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사업역량에 기대기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정유사업 바깥에 있는 사업의 역량이라도 GS칼텍스가 내재화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를 찾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조는 허 사장의 GS칼텍스 조직운영에서도 나타난다. GS칼텍스에서 외부 협업기회를 물색하는 신사업 전담조직 ‘위디아팀(We+Idea)’은 허 사장이 2019년 1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1년 반 만에 인원이 2배 늘었다.
정유사업은 호황과 불황을 계속해서 오고가는 사이클 산업이며 국제유가나 글로벌 정유제품 수요의 변동 등 외부 요인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특성이 있다.
GS칼텍스가 올해 1분기에만 영업손실 1조153억 원를 낸 것도 허 사장의 실책이었다기보다는 업황이 극단적으로 나빴던 것이 원인이다.
정유사업에서 업황이 나쁠 때 실적 감소를 최소화하고 업황이 좋을 때 실적 개선을 극대화하는 길은 고부가제품 생산의 투자와 사업 다각화, 그리고 사업 전반의 효율화 정도다.
허 사장은 이 가운데 사업 효율화의 방안을 바깥에서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그룹 혁신과도 맞닿아 있다.
허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디자인센터를 초청해 연 행사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외부 협업)을 그룹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스타트업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사들과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이 기업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GS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고 핵심 계열사다. 허 사장은 그룹이 추진하는 체질 개선의 선봉에 서 있는 셈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허 사장이 GS칼텍스의 혁신성과에 따라 다음 회장을 바라보는 GS그룹 오너 4세들의 경쟁구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재 GS그룹 오너 4세 경영자들 가운데서는
허세홍 사장과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대표 사장이 가장 유력한 다음 회장후보로 꼽히고 있다.
3세 경영자의 막내인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도
허세홍 사장보다 1살 많을 뿐이라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거명된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허창수 전 GS그룹 회장이
허태수 회장에게 그룹 회장 자리를 넘겨주기 전부터
허창수 전 회장의 뒤를 이을 경영인들로 여겨졌다.
그러나 GS그룹이 글로벌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리더가 필요하다는 데 오너 경영인들이 뜻을 모으고
허태수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은 정유와 에너지 등 ‘느린’ 산업의 의존도가 높아 외부 환경 변화의 리스크에 대응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허태수 회장이 GS그룹 체질 개선에서 성과를 거두더라도 혁신활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 오너들이 그룹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면
허태수 회장의 뒤를 이을 후보자들도 실적 성과만큼이나 혁신성과를 쌓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