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20-06-08 15:49:21
확대축소
공유하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비대면진료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19시대에 대비해 비대면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박 장관도 비대면의료를 육성해야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심한 만큼 제도화에 앞서 실증작업을 통해 설득의 근거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8일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건복지부의 정책연구용역을 받아 ‘전화상담·처방효과 분석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화상담·처방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 말부터 허용되기 시작해 5월10일까지 3853곳의 의료기관에서 26만여건의 전화상담·처방이 이뤄졌는데 이번 연구용역은 그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용역과 함께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인 강원도의 오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 실증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오지에 거주하는 당뇨 및 고혈압 재진환자 3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이들에게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당뇨·혈당 측정 모바일 헬스케어기기를 지급해 이를 통해 담당의사에 혈당 및 혈압수치를 전달한 뒤 담당의사로부터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비대면진료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2019년 9월 강원도를 자유특구로 지정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실증기간은 2021년 7월까지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인프라 구축을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에 130억 원 가량의 사업비도 확보했다. 스마트병원 3곳 구축,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 사업 확대, 동네의원을 대상으로 한 혁신형 건강플랫폼 구축, 모바일 헬스케어사업 등에 투입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비대면진료의 추진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맡긴 연구용역이 비대면의료의 제도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의료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5월19일 브리핑을 통해 "전화진료는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료 이용의 안전성, 기저질환자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원격의료라는 측면에서 제도화하는 부분은 현재 고려를 하지 않고 감염병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비대면진료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조심스럽게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우군'도 생겼다.
대한병원협회는 4일 정부의 비대면진료 활성화 방침에 원칙적으로 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병원협회는 의원급 및 병원급 의료기관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다만 병원협회는 비대면진료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 5개의 전제조건을 달았다. 초진 환자 대면 진료, 적절한 대상 질환 선정, 환자 쏠림현상 방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 등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여전히 비대면 진료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박 장관은 이들을 설득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5일 입장문을 내고 "병협의 독단적 행태에 강한 유감을 나타내며 병원협회는 기존 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의사협회와 원격의료 대응방향 재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의사협회는 전화상담과 처방의 한시적 허용과 관련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의사협회는 5월18일 의료계에 전화진료의 전면 중단을 권고하는 등 정부의 한시적 전화진료 허용을 강하게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