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년여 만에 다시 구속 기로에 놓였다.
이 부회장의 혐의를 두고 검찰과 이 부회장측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 법원의 판단을 점치기는 어렵다.
8일 이 부회장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여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심사를 받는 것은 세 번째다.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당시 두 번의 구속심사는 모두 날을 넘겨 이튿날 새벽 4~5시쯤 결론이 내려졌다.
검찰이 1년8개월에 걸쳐 수사한 내용이 방대한데다 검찰과 이 부회장 양쪽의 주장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번에도 구속 여부는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쟁점은 범죄행위의 소명 여부다. 법원에서 검찰이 제기한 혐의 자체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구속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는 낮춰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당시 제일모직은 합병을 앞두고 4400억 원 대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주가 부양을 진행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카타르 발전소 수주사실 공시를 지연하는 등 주가를 관리한 의혹을 받는다.
또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에는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해 4조5천억 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의 국정농단사건 판결에서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는 포괄적 현안으로 존재했다는 점이 인정됐다.
삼성그룹은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에 적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부정한 행위는 없었다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2015년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은 법과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했으며 회사가치를 위해 모든 회사들이 당연히 진행하는 주가 방어 역시 불법적 시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 카타르 발전소 공시를 지연한 사실도 인정되거나 확인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또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적용한 것이며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는 없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 해도 이 부회장이 실제 관여하지 않았다면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에게 삼성물산 합병 등 직접 구체적 승계작업이 보고됐다는 진술 등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은 “
이재용 부회장이 시세조종 등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이라며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 내용도 보고 받거나 지식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양쪽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한 것은 검찰이 나름대로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5월 이 부회장 소환수사 전까지만 해도 이 부회장 신병 처리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갈등이 있었으나 이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는 내부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여론이 힘을 받을 수 있어 향후 진행할 재판에서 부담도 커진다. 이미 이 부회장측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하며 검찰 외부 여론을 들어보자는 쪽으로 전선을 옮기고 있다.
더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수사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법원에서 한번 물리친 혐의를 앞세워 그대로 기소에 나서기 어려워 수사를 보강하고 논리를 재구성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때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후 재차 영장을 청구하기까지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됐다.
피의자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검찰수사는 불구속 상태로 진행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미지수다.
이에 검찰이 증거인멸 우려를 앞세워 이 부회장의 구속을 관철시킬 수도 있다. 수사에 협조한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정황 등을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는 근거로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수사에 협조한 인물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있다는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런 시각을 재차 반박했다. 검찰이 내세울 증거인멸 우려 논리를 비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미 장기간 수사를 진행해 상당량의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증거인멸 우려를 낮춰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수사가 1년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높게 진행돼 왔고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 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