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1위 신한금융지주와 3위 하나금융지주가 해외사업을 놓고 손을 잡으면서 금융권의 시선은 업계 2위 KB금융지주에게 쏠린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손을 잡는 등 금융권의 ‘합종연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그동안 해외사업에서 보여줬던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최근 2~3년 동안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해외에서 인수합병을 진행했던 만큼 당분간은 인수한 기업을 재정비하며 ‘숨 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회장은 해외사업에서 숨 가쁜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에만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캐피탈을 통해 해외에서 3개 회사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KB국민은행이 미얀마에서 은행업 예비인가를 따낸 데 이어 KB국민카드도 태국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 안에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최대주주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이 해외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거둔 성과다.
KB금융지주는 그동안 해외사업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몇 년 사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조용병 회장과
김정태 회장이 손을 잡은 배경에 윤 회장이 해외사업에서 보여준 뚜렷한 존재감을 향한 경계심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윤 회장이 해외기업을 인수하며 현지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앞으로는 인수한 기업에 KB금융의 DNA를 심고 각 계열사 사이의 시너지를 내는 데 본격적으로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그룹은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 등을 통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 진출해 있다.
다만 아직 진출 초기인 만큼 실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B금융지주는 해외에서 순이익 471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신한금융지주의 3978억 원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 갓 씨를 뿌리기 시작한 단계인 만큼 앞으로 해외에서 순이익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부터 캄보디아 자회사 프라삭 순이익이 600억 원가량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한금융지주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베트남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선점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최근 KB국민카드는 국내 금융권이 진출하기 어렵기로 손꼽히는 태국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지 여신전문금융회사 ‘제이핀테크’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다. KB국민카드는 앞으로 KB국민은행 등 KB금융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태국 진출에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IMF 때 국내 금융권 자본들이 태국에서 모두 자본을 회수하고 발을 빼 태국 정부가 상당한 반감을 보였는데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태국 진출이 쉽지 않다”며 “태국 금융권을 일본에서 워낙 잡고 있는 점 역시 진출에 걸림돌인데 KB금융지주에서 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진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들이 동남아시장 공략에 힘쓰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프라삭이 대표적이다. 캄보디아의 소액대출 금융회사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는 4월 KB국민은행 자회사(지분 70%)로 편입됐다.
프라삭은 두 차례 매각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무려 국내 4대 은행이 모두 눈독을 들였던 곳이다. 4년 전에는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전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맞붙었다.
리딩뱅크를 다투는 두 은행이 경쟁을 벌이면서 한때 몸값이 1조 원에 이르는 등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KB국민은행이 지분 70%를 7천억 원에 인수하며 최종 승자가 됐다.
그러나 이제 국내 금융지주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동남아시장에서 ‘우리끼리 치고받는’ 출혈경쟁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용병 회장과
김정태 회장이 맞손을 잡은 것도 이런 인식에 공감해서다. 두 사람은 이번에 업무협약을 맺으며 과당경쟁을 피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