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제도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주 사장은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들로 하여금 과다거래를 유도하지 못하게 막는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증권사가 수수료 매출에 의존하는 현실을 무시한 방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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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일 변동환 재경2지역사업부장과 최덕호 영남지역사업부장에게 자택 대기발령을 통보했다.
두 사람은 주진형 사장 주도로 5일부터 시행하는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놓고 집단적 항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 지점장 20여 명은 지난 2일 여의도 본사 주진형 대표 사무실 앞에서 서비스 선택제 도입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을 프라이빗뱅커(PB)의 안내를 받는 상담계좌와 고객이 스스로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비상담계좌로 나눠 별도의 주식매매 수수료를 적용하는 제도다.
상담계좌는 정액수수료와 함께 거래대금의 일정비율을 떼고 비상담계좌는 매매 건수별로 정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주 사장은 상담계좌만 직원들의 영업실적으로 인정하고 고객이 스스로 주식을 매매하는 비상담계좌는 직원의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 사장은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들이 단타매매를 하게 유도해 수수료 매출을 높이는 것을 방지하고 고객들이 신중한 판단을 바탕으로 이익을 보게끔 하겠다는 뜻으로 서비스 선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주 사장은 “대다수 증권사에서 오프라인 주식영업 수익의 80%가 연간 회전율이 600% 이상인 고객에서 나온다”며 “이런 투자방식은 투자자에게도 안 좋고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안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 내부에서 주 사장의 서비스 선택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이라고 불만스러워 한다.
직원들은 고객들의 매매가 줄어들면 수수료 매출이 줄어 증권사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다수의 고객이 수수료가 낮은 비상담계좌를 선택하면 직원들이 받는 인센티브가 줄어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증권사 수익도 줄어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점장들은 성명서를 통해 “상담을 선택한 고객의 비중이 15%에 불과해 제도가 강행될 경우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 사장은 지점장들에게 서비스 선택제를 당초 예정대로 5일부터 시행하거나 2주 연기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점장들은 서비스 선택제 실시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내년 3월 주총까지 주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대신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을 후임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내정하고 사내이사에 선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