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위기로 2020년 1분기 연결기준 자본잠식률이 81.2%로 나타나 매각 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발표했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이 약 18%였던 것을 감안하면 4배나 증가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말 기준 9082억 원에 이르렀던 자본총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로 1분기 210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1분기 전체 매출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국제선 여객부분의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자본잠식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은 매달 2천억 원에서 3천억 원 가량의 고정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1분기 남겨둔 여유금 2102억 원을 소진할 가능성이 높아 2분기에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절차는 오리무중으로 흘러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4월29일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납입일을 무기한 연기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인수와 관련한 가시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항공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중단하더라도 2500억 원 규모의 이행보증금만을 포기하면 되는 만큼 인수 무산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던 사례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화는 당시 포스코와 GS, 현대중공업 등이 참여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6조3천억 원을 써내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었고 3150억 원의 이행보증금을 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산업은행 측에 분할납부를 요청했고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결렬됐다.
아시아나항공이 당면해 있는 현재 상황도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우조선해양 매각 무산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불발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5천억 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둘 가능성도 있다는 시선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지난해까지만 매각 주도권을 지니고 이후 절차에서는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한다는 처분대리권 조항에 합의했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관리하다가 항공업황이 좋아지면 재매각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정부와 산업은행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인수가 불발된다면 청산과 산업은행의 관리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1만 명 이상의 임직원들을 생각할 때 청산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의 관리 아래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과거 파산했다가 재기한 일본항공의 사례에 비춰볼 때 대규모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고용유지를 강조한 정부와 산업은행으로서는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직 러시아에서 기업결합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등 매각 완료까지 선행조건들이 남아있다며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러시아의 기업결함심사 절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것이 마무리되면 후속절차를 진행한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인수가 진행되는 과정이어서 채권단과 추가협의나 대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