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5-19 14: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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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화웨이와 5G통신용 장비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기회를 얻었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아 5G장비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삼성전자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
19일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9월부터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사)기업 TSMC로부터 반도체 공급이 제한돼 5G장비 등 반도체를 요구하는 전자기기 생산에 차질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현재 화웨이 5G기지국 및 4G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반도체는 TSMC 16나노급, 12나노급 공정에서 만들어진다”며 “TSMC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하이실리콘으로부터 새 주문을 받지 않으면 120일의 유예기간 이후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가 TSMC를 대체할 새 파운드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화웨이는 현재 보급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710A’ 등 14나노급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 SMIC의 비중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MIC는 세계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5위 기업으로 중국 파운드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하지만 SMIC가 제공하는 미세공정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은 14나노급 공정의 생산량은 현재 웨이퍼 기준 월 5천 장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실리콘은 16나노급, 12나노급 반도체를 받기 위해 TSMC 웨이퍼 기준 생산량의 20%가량을 점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TSMC 웨이퍼 출하량이 1천만 장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TSMC 대신 하이실리콘 반도체를 생산할 기업은 최소한 연간 200만 장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SMIC는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로부터 지원을 받아 14나노급 공정 생산량을 월 3만5천 장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안정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하이실리콘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생산량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미국 CNBC는 “화웨이는 SMIC 등으로 반도체 생산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SMIC는 화웨이가 요구하는 반도체를 생산할 기술이나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당초 SMIC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내놓은 제재안에 따르면 미국 기술 및 장비를 사용하는 반도체기업은 화웨이에 반도체를 판매할 때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SMIC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파운드리 SMIC 역시 새 규칙에 따라 화웨이로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이 제한된다”며 “화웨이는 단기적으로 반도체 재고가 충분하지만 TSMC와 SMIC에서 칩 주문을 할 수 없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장비 생산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기관 크레디트스위스 조사결과를 인용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 등 미국 기업의 장비는 세계 반도체업체 40%가 사용하고 케이던스, 시놉시스 등 미국 소프트웨어 사용률은 85%에 이른다”며 “화웨이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반도체기업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이처럼 반도체 부족으로 5G장비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 삼성전자는 네트워크사업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2019년 5G 개화기에 발맞춰 매출 6조3천억 원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글로벌 5G장비시장에서는 아직 화웨이 등에 뒤처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9년 기준 5G장비 점유율은 화웨이 26.2%, 스웨덴 에릭슨 23.4%, 삼성전자 23.3% 등으로 집계됐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국제사회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해 왔지만 화웨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여러 국가에 진출하는 데 성공한 결과다.
하지만 미국에서 더 강한 제재를 내놓으면 앞으로 화웨이는 5G장비 등 반도체를 요구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게 된다. 삼성전자가 화웨이로부터 5G장비 점유율을 들고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화웨이는 19일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에 관해 입장문을 내고 “미국이 내놓은 새 규정은 170여 국가에서 추진되는 화웨이 사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 때문에 30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통신서비스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