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단독대표이사체제에서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첫 실적 성적표를 내놨다.
한화생명이 보험업황 악화를 자산운용 성과로 버티고 있는 만큼 여 사장은 자본시장 상황에 맞춰 운용자산 이익률을 높이는데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1분기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478억 원을 거둬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전망치 493억 원을 조금 밑돌았다.
1분기 실적은 여 사장 단독대표 체제에서 내놓은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여 사장은 지난해 말 차남규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 과제를 홀로 짊어졌다. 올해 실적 개선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데 성공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올해 1분기 한화생명 실적과 관련해 운용자산 이익률이 크게 높아진 점이 눈에 띤다.
한화생명 운용자산 이익률이 4.36%로 집계됐는데 2019년 1분기보다 1%포인트, 2019년 4분기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한화생명은 1분기 보험부문에서 영업손실 3030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보험영업손실이 800억 원가량 늘며 보험업황 악화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1분기 투자영업이익이 1조5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7% 늘면서 보험부문 부진을 만회했다.
1분기 투자영업이익에는 운용자산 구성을 단기채권에서 장기채권으로, 해외채권에서 국내채권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매각이익이 약 3500억 원이 포함됐다.
여 사장은 올해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을 위해 투자부문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화생명의 실적 반등은 보장성보험 중심 체질 개선과 더불어 97조 원에 이르는 운용자산을 통한 투자이익 증가에 달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 사장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인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사업,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등 투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1분기 얻은 채권매각이익은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나온 일회적 이익인 만큼 꾸준하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4월 말 보험사의 해외투자 규제완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점도 여 사장이 자산운용을 통해 투자이익을 늘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화생명의 해외증권 투자비중이 규제 수준인 30%에 거의 이르렀는데 좀 더 유연하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로 해외투자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채권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지만 금융시장 변동에 따라 해외투자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투자 한도가 기존 30%에서 50%로 높아지면서 운용의 유연성이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 사장이 1분기 여세를 몰아 2020년 한화생명의 실적 반등을 이끈다면 다시 한 번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안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여 사장은 2016년 2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적자를 보던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올라 2017년 1분기 흑자로 전환해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만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