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흥국생명 부회장으로 ‘깜짝 귀환’한 이유를 놓고 불명예를 씻어낼 기회를 찾던 위 부회장과 금융 계열사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성이 높았던 태광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위 부회장은 4일 흥국생명 미래경영협의회 초대 의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미래경영협의회는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경영전략 마련을 위해 신설된 협의체다. 흥국생명에 부회장 직위가 등장한 건 2008년 유석기 전 부회장이 회사를 떠난 지 12년 만이다.
위 부회장은 흥국생명뿐만 아니라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전반에서 자문 역할을 한다.
태광그룹 내부에서도 위 부회장을 향한 기대가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저금리 기조로 금융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위 부회장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 부회장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금융지주 등을 거쳤다. 보험사에 몸담은 경험은 없지만 신한금융지주에 몸담았던 만큼 보험업 이해도도 어느 정도 갖췄다.
위 부회장은 신한금융그룹에서 금융환경 변화와 신기술 도입에 발 빠르게 대처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실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위 부회장이 신한카드를 이끌 당시 신한카드 순이익은 2013년 말 6581억 원에서 2016년 말 7159억 원으로 늘었다. 신한은행장을 지낼 때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과 서울시 금고 탈환을 이끌었으며 통합 모바일 플랫폼 ‘신한쏠’ 출시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위 부회장이 신한은행장 연임에 실패하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위 부회장이 흥국생명에서 입지를 다진 뒤 신한금융지주에 다시 복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흥국생명을 비롯해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위상도 높지 않은 탓이다. 위 부회장을 떨어뜨린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다음 회장 역시 뽑는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위 부회장은 신한금융그룹에서만 35년 몸담았으나 2018년 12월 은행장 임기가 3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로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으나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결정되면서 권토중래의 기회를 날렸다.
이에 앞서 3월에는 박윤식 전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MG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사장 역시 한화생명에서 7년 가까이 대표이사를 지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올해 초 사실상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한화손해보험에서 여러 기록을 갈아치우며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던 장수 CEO다.
2013년 부사장으로 영입된 지 3개월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4년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2016년에는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가 합병한 뒤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대표이사가 됐고 2018년 3월에는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박 사장 역시 MG손해보험에서 명예회복을 벼를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대대적 조직개편을 진행한 데 이어 2천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자본 확충으로 MG손해보험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말 117.06%에서 20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MG손해보험은 2018년 5월 지급여력비율 하락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조치를 받았고 몇 차례 경영개선 이행계획을 지키지 못해 2018년 10월에 경영개선 요구, 2019년 6월에는 경영개선 명령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