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4·15 총선 뒤 더불어민주당에서 진중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본인의 당대표 도전을 놓고는 침묵하고 원내대표 후보들의 지지 요청에는 덕담만 하고 있다. 대신 코로나19 위기 대응에서는 적극적 행보로 강점을 안정감과 신뢰감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5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전 총리는 최근 당권이나 원내대표 선출 문제 등에는 말을 아끼면서 '포스트 코로나19 대책' 마련과 공약 이행 등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총선 뒤 첫 공식 당무로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회를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로 재편했다.
재편된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에는 당내 주요 중진인사들이 합류했다. 조정식 정책위원회 의장은 총괄본부장, 김진표 의원이 비상경제대책본부장, 이광재 당선인은 포스트코로나대책본부장, 김상희 의원이 방역대책본부장 등을 맡았다.
이 전 총리는 4월29일 코로나19 국난극복위 첫 회의에서 “코로나19 이후를 코로나19 이후에 준비해선 이미 늦는다”며 “당면한 코로나19 국난은 그것대로 극복해 가면서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와 사회 생활, 산업 변화 등을 예측하면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총선 공약 실현을 위한 준비작업을 통해 정치인으로서 신뢰감을 높이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2일 종로구 내 사회공헌활동 추진에 관심있는 기업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초중고 창의교육 활성화’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종로의 교통현안인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 추진을 위해 4월24일에는 서울시 관계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런 이 전 총리의 4·15 총선 이후 행보를 놓고 정치적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행보로 해석하는 시선이 나온다.
이 전 총리가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이유로 총리 시절 보여준 위기 대응능력과 진중하고 신중한 인상에서 오는 신뢰감이 주로 꼽히는 만큼 기존의 강점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원내대표 경선이나 당대표 도전 등 당내 정치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태년, 전해철, 정성호 의원 등 원내대표 후보들이 앞다퉈 이 전 총리를 찾았지만 이 전 총리는 모두 덕담 수준의 대화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성급하게 당내에서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다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리는 당내 지지세력이 약하다는 것이 정치적 약점으로 지적받아 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는 4·15 총선을 통해 당내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면서도 “여전히 ‘
이낙연계’를 당내 주요 계파로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