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가사도우미 성폭행과 비서 추행 혐의와 관련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17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각 5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날 집행유예 선고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26일 구속됐다가 6개월 만에 석방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고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폭로하게 된 경위가 자연스럽다"며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무고할 동기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히면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은 사회적으로 모범적 행동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의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책무를 망각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관계를 악용하면서 범행해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장기간 수사기관의 수사에 응하지 않았고 뒤늦게 귀국해 체포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용서를 받았고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하고 2017년 2∼7월에는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부터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다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에서 물러났다.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자 명단에 김 전 회장의 명단을 올렸고 지난해 10월 김 전 회장이 귀국한 뒤 체포했다.
김 전 회장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과 연인처럼 가까운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