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15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제21대 총선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정의당 재건이라는 무거운 과제 앞에 섰다.
본인의 승리도 장담하기 힘든 데다 정의당의 총선 성적도 저조하다.
16일 0시10분 현재 전국 개표상황(개표율 68.7%)을 살펴보면 정의당은 20대 국회와 비슷하거나 더 적은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심 대표는 경기 고양갑에 출마했는데 득표율 37%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인 이경환 미래통합당 후보(37.7%)와 0.7%포인트 차이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개표 결과를 아직 알 수 없지만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심 대표가 당선 안정권으로 평가됐던 것과 비교하면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심 대표를 제외한 다른 정의당 지역구 후보들은 모두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전체 4~6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합치면 정의당의 21대 총선 결과는 4~7석으로 20대 국회(6석)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심 대표는 본래 정의당의 총선 목표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 이상을 내세웠다. 정의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상황도 심 대표의 목표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각각 내세우면서 정의당은 오히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양강 구도를 사실상 구축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정의당을 둘러싼 상황은 20대 국회보다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시민당 의석을 합쳐 과반(150석)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결과가 확정되면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법안과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정의당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등과 사안별 연대를 놓고 협상하면서 입지를 굳혀왔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는 이런 ‘캐스팅보트’의 이점을 누리기 힘들어진 셈이다.
이렇게 되면 정의당은 원내 영향력의 상당부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통합당 중심으로 원내활동이 흘러가면서 정의당이 존재감을 보일 기회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심 대표에게도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심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앞장서 추진했던 점이 부메랑으로 돌아와서다.
심 대표는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라는 민주당의 제의를 거절하고 ‘원칙론’을 내세웠지만 표심을 잡지 못했다. 비례대표 1번인 류호정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도 악재로 작용했다.
심 대표가 취임한 이래 정의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에 찬성한 점도 지지자 이탈 이유로 꼽힌다.
이에 대응해 심 대표는 거대 양당의 갈등 문제를 지적하면서 ‘틈새정당’ 구도에서 벗어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당의 강점으로 꼽히는 정책적 차별화를 앞세워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정의당은 거대 정당의 비례 위성정당 경쟁으로 아주 어려운 선거를 치렀지만 국민을 믿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