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총을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단판 승부가 아니라 장기전의 ‘첫 단추’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연합은 24일 법원이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준 뒤에도 “비록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이미 최악의 법원 결정까지도 고려해 이번 주총을 준비해왔다”며 “이번 가처분 결정이나 주총 결과가 한진그룹 정상화 여부의 끝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주연합의 주식 공동보유 계약기간도 5년으로 알려진 만큼 시간적 여력도 충분한 데다 지난해 12월 주주명부 폐쇄 이후에도 잇따라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율로는 이미 조원태 회장측을 넘어섰다.
주주연합은 올해 추가로 한진칼 지분 꾸준히 사들이며 25일 기준 한진칼 지분을 42.13%까지 끌어올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우호지분은 41.15%로 추산된다.
시간과 지분을 모두 확보해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한진칼 이사회에 최대한 많은 ‘아군’을 진입하는 데 최대 목표를 둘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주총은 각 이사후보마다 표결을 진행하는 만큼 주총 결과에 따라 다양한 이사회 조합이 갖춰질 수 있다.
주주연합은 이사후보로 7명(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측은 이사후보로 7명(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6명으로 구성됐는데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최대 사내이사 6명, 사외이사 12명에 이르는 대형 이사회를 꾸리게 된다. 한진칼은 정관에 별도로 이사 숫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김신배 전 SK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 주주연합이 추천한 이사후보 가운데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한진칼 이사회에 발을 들이게 되면 주주연합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결권 자문사들도 큰 틀에서는 대체로 조원태 회장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사 후보들을 놓고선 각각 결격사유를 들며 찬반을 각각 권고하고 있는 만큼 ‘개별 전투’에서는 일정 부분 승산이 있다는 것이 주주연합의 판단으로 보인다.
◆ 주주연합의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 명분 시험대 오른다
주주연합은 긴 호흡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를 노리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진입 여부 못지않게 주총 참석률과 표 차이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 2019년 3월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연합뉴스>
주주연합측 이사후보 가운데 몇 명이 선임되는지와 표 차이가 얼마나 났는지 등은 주주연합이 내세운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 명분이 주주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올해 주총 참석률은 최대 9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지난해(77.18%)보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주총장에서 주주연합에 힘을 실어주는 ‘샤이(Shy) 주주’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KCGI는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석태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놓고 한진그룹과 벌인 대결에서 패배했지만 당시 일반 주주 24%가량이 KCGI의 손을 들어주면서 명분을 더욱 다질 수 있었다.
어느 한쪽이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반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쪽은 장기전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주연합이 오너일가였던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합류, 반도건설의 허위공시 논란, 추천한 이사 후보들의 항공업 전문성 등 각종 논란으로 명분이 훼손됐다는 말을 듣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연합이 이번 주총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지지를 얻는다면 ‘반전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을 때 한진칼 주가가 고공행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의 주주들이 주주연합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며 “조원태 회장과 주주연합 어느 쪽도 이번 주총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