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국 기자 dkahn@businesspost.co.kr2020-03-17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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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강원도 강릉시에 단수공천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강릉은 대구·경북 못지않게 보수적 정치성향이 강한 지역인데 현역 권성동 통합당 의원을 비롯해 최명희 전 강릉시장 등 지역 기반이 탄탄한 후보자들이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하면 야권표가 분산될 수 있다.
▲ 권성동 의원(왼쪽부터)과 최명희 전 강릉시장,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강릉시지역위원회 위원장.
17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합당의 홍 전 장관 공천 결정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했던 강릉지역 통합당 예비후보들의 무소속 출마가 이번 총선 강릉 선거판세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16일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잠시 통합당을 떠나 강릉 시민후보로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그는 강릉에서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간판으로 2009년 재보궐선거부터 시작해 3번 당선됐으나 올해 총선 공천에서는 배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 의원이 국회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공천배제 사유가 된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권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상당한 지역 기반과 조직을 갖추고 선거전을 치를 것으로 평가된다.
통합당 강릉시당 소속 12명의 기초·광역 의원들 전원과 통합당 강릉시 자문고문단, 강릉시청년지회, 강릉여성지회 등이 대거 권 의원의 탈당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지역구 3선 과정에서 과반이 넘는 강릉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처음 원내에 진입한 2009년 재·보궐선거에서 50.9%의 득표로 당선된 것을 비롯해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60.78%,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57.15%의 득표율을 보였다.
최 전 시장도 통합당의 공천 결정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한다.
최 전 시장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당 공천관리위의 강릉지역 공천 결정에 관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정식으로 무소속 출마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 전 시장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강릉시장을 3번 지냈다. 특히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79.6%의 득표율로 당선되기도 했다.
통합당 공천관리위로부터 단수공천을 받은 홍윤식 전 장관은 행정력과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
홍 전 장관은 13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강릉 출신으로 강원도청을 비롯해 중앙부처에서도 오랜 기간 근무했고 풍부한 국정 경험 등을 토대로 고향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현정권의 무능을 지적하고 시민들과 함께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통합당 예비후보 등록을 했던 김창남 경희대학교 교수가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권 의원을 비롯한 통합당 출신 무소속 출마자들은 보수성향의 표심이 나뉘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상황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에서 “보수 분열을 막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보수후보 단일화를 정식으로 제안한다”며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이나 투표용지 인쇄 전 여론 조사를 해 앞서는 사람이 보수 단일후보로 출마하고 지면 승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운동 기간까지 아직 2주정도 시간이 있어 그 안에 보수후보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진다면 강릉 선거구도가 또다시 달라질 여지는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경수 전 강원도당 강릉시지역위원회 위원장이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 받아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제20대 총선에서 권 의원(57.15%)에 밀려 낙선했지만 보수텃밭에서 37.14%의 득표율을 얻어 본선 경쟁력을 당내에서 인정받았다.
그는 새인물론을 내세우며 지역구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2019년 12월3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고여서 썩은 물은 그릇을 비워야 새 물을 담을 수 있듯이 강릉이 진정으로 바뀌려면 새 인물이 필요하다”며 “김경수가 강릉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대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