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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강조한 조선업 재편의 신호탄인가?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이 1일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하면서 중형 조선사의 재편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채권단과 자율협약 중이거나 법정관리를 받는 등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현대삼호중공업처럼 경영상태가 좋지 않던 중형 조선사가 대형 조선사의 위탁경영을 통해 경영이 정상화한 전례도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조선사의 중형 조선사 위탁경영이 중형 조선사의 경영 정상화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대개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어 성동조선해양 처리를 계기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강조한 조선업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위탁경영, 다른 조선사로 확대되나
남아있는 중형 조선사는 STX조선해양, SPP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이다.
이 조선사들은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수주 공세와 세계 조선업계의 불황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져 채권단과 자율협약 중이거나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모두 합쳐 매출 4조8174억 원, 영업손실 4847억 원을 냈다. 모두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이들을 관리하고 있는 채권단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거나 우리은행, 농협 등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은행들이다.
따라서 채권단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중형 조선사들과 대형조선사들의 경영협력이나 위탁경영은 확대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수출입은행이 적극 나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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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조선해양의 전 임직원이 지난 6월1일 통영시 광도면 본사에서 경영정상화 조기실현을 다짐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
수출입은행은 삼성중공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성동조선해양의 재무와 인사 등 경영관리 분야를 담당하기로 했다.
이덕훈 수출입 은행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중공업에 위험이 전가되는 부분은 우리가 담당할 생각”이라며 “성동조선의 올해 유동성 부족분은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번 경영협력 협약체결이 다른 중형 조선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행장은 “이번 협약으로 수출입은행이 수립한 중형 조선사별 맞춤형 구조조정 방안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 조선사 위탁경영, 성공과 실패의 전례
위탁경영은 보통 인수를 전제로 이뤄진다. 대형 조선소가 중형 조선사를 위탁경영해 경영상태를 정상화한 다음 저렴한 가격에 인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이 전남 영암군 삼호면 88만평 부지에 지은 조선소가 전신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라는 이름으로 1996년부터 선박건조를 시작했다. 1997년 세계 5위의 수주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라중공업은 과잉투자와 1998년의 IMF사태로 부도가 났다. 1999년 당시 삼호조선소의 수주잔량은 7척에 불과했다.
현대그룹은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의 위탁경영을 맡았다. 그 뒤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삼호조선소를 책임졌다.
현대중공업은 삼호조선소와 설계통합을 이루고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했다. 수주업무 역시 일원화해 중복수주를 피했다.
삼호조선소는 이를 통해 2001년 매출 1조223억 원, 영업이익 820억 원을 내는 등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다. 삼호조선소의 수주량도 2001년 30억 달러가 넘었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삼호조선소를 1천억 원에 인수했다. 매년 매출이 1조 원이 넘고 그해 영업이익도 1300억 원 넘게 내는 회사를 1천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그러나 위탁경영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한조선을 위탁경영했지만 경영정상화에 실패했다.
대한조선은 1987년 전남 해남에 본사를 두고 설립됐다. 조선경기 침체에 모그룹인 대주그룹의 몰락으로 2009년 5월 워크아웃을 신청해 채권단의 관리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대한조선의 위탁경영을 맡았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한조선 위탁경영을 맡으며 중국 옌타이에 있는 공장과 거제조선소를 잇는 ‘조선벨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조선의 수주 역시 대우조선해양 이름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에도 대한조선은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매출 3883억 원에 영업손실 564억 원을 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법정관리로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도 2014년 위탁경영을 끝내고 용역계약으로 전환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한조선의 지분을 늘리려고 대한조선이 발행한 전환사채 500억 원어치를 인수했지만 경영정상화 실패로 손해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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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왼쪽)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조선업 구조조정 추진하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경영협력 협약이 조선업의 산업별 구조조정으로 나아갈지 주목한다.
수출입은행의 지원 아래 성동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에 성공하고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한다면 이는 성공적 중형 조선사 인수합병(M&A)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개별기업이 아닌 산업별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조선업을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국내 중형 조선소들은 중국발 저가수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형 조선소의 상반기 수주량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63.5%나 감소한 39만9천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불과하다.
상반기 수주금액도 8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63.2%나 줄었다. 중형 조선소가 국내 조선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줄었다.
이 때문에 정부 주도로 중형 조선소들을 통폐합하고 전문화와 분업화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지휘체계를 통합하고 구조조정 경험과 성과가 풍부한 인사를 찾아 긴급수술을 맡겨야 한다”며 “문제가 되고 있는 조선소를 같이 놓고 살릴 부분과 폐기할 부분을 가려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형 조선사가 전문화에 성공하면 경영실적이 개선될 수도 있다. 조선소 노동자들이 같은 선박을 반복건조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원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SPP조선이 대표적이다. SPP조선은 올해 상반기 34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PP조선은 5만t급 석유화학운반선을 주력제품으로 선정하고 집중수주했다. SPP조선은 2008~2013년 세계 중형 석유화학운반선 발주량의 51%를 수주했다. SPP조선은 이 중형 석유화학운반선에서 다른 조선사보다 5% 정도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STX조선해양도 원유운반선을 집중으로 수주해 경영실적을 개선했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6583억 원, 영업손실 26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영업손실이 86.8%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