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이 우리금융지주와 힘을 모은다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KB금융지주에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본생명이 한 박자 늦게 푸르덴셜생명 실사에 참여한 것을 놓고 IMM프라이빗에쿼티, 우리금융지주 등과 연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푸본생명의 푸르덴셜생명 단독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실사에 드는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는 데는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인수전을 준비한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얘기다.
푸본생명은 현재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1월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한 뒤 곧바로 실사에 착수하지 않아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태도를 바꿨다.
KB금융지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이어 푸본생명까지 실사에 참여하면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곳은 모두 5곳이 됐다.
이 가운데 IMM프라이빗에쿼티(5.62%)와 푸본생명(4%)은 우리금융지주의 과점주주다.
푸본생명은 아직 우리금융지주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는 외국계 지분율이 높을 수록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기존 과점주주들이 푸본생명의 이사회 참여를 찬성했고 이 과정에서 두 회사가 긴밀한 관계를 쌓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푸본생명과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앞으로 우리금융지주 경영에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우리금융지주까지 컨소시엄을 구성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아래에 보험사가 없어 지주사로서 진용을 완전히 갖추기 위해 생명보험사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다.
푸르덴셜생명은 1400억 원대의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데다 업계 최고 수준의 지급여력비율(RBC)을 보이고 있어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을 두루 갖춘 회사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지주가 욕심을 낼 만한 매물이지만 문제는 2조 원대로 예상되는 인수가격이다. 단독 인수에 나선다면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믿을 수 있는 과점주주들과 컨소시엄을 이룬다면 당장 자금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된다.
또 우리금융지주가 향후 재무지표에 여유가 생겼을 때를 고려해 푸르덴셜생명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IMM프라이빗에쿼티나 푸본생명의 지분에 우선매수 조건을 걸 수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이 우리금융지주와 힘을 합치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KB금융지주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금융권의 시각도 나온다.
KB금융지주는 KB증권 인수 이후 4년 동안 대형 인수합병을 하지 않으면서 자금을 충분히 쌓아뒀고 전략적투자자로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가능성도 크다.
IMM프라이빗에쿼티나 푸본생명은 독자 인수에 나선다면 자금력 등에서 KB금융지주는 물론 MBK파트너스보다도 뒤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 등 전략적투자자와 컨소시엄을 이루지 못한다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