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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 일동제약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까?
윤 회장은 최근 녹십자가 보유하고 있던 일동제약 지분을 사들여 녹십자와 빚어졌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했다.
윤 회장이 이번 기회에 일동제약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대형 제약회사들은 몇년 전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활발히 개편하고 있다. 이는 제약업종의 특성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 일동제약, 지주회사 체제 전환 관측 고개들어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 일동제약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일동후디스 지분 29.91%, 일동생활건강 지분 100%, 일동에스테틱스 지분 40.82%, 유니기획 지분 100%, 루텍 지분 46.36% 등을 소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최근 일동제약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윤 회장은 7월 말 녹십자가 보유하던 일동제약 지분 29.36%(735만9773주)를 사모펀드를 동원해 인수했다.사모펀드 썬라이즈홀딩스가 일동제약 지분 20%를 인수하고 또다른 사모펀드 인베스트썬이 일동제약 지분 9.36%를 사들였다.
윤 회장과 사모펀드는 이번에 사들인 지분 29.36%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보유한다.
윤 회장은 이로써 일동제약 지분 54.49%를 확보하는 데 성공해 녹십자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윤 회장은 그동안 녹십자로부터 1년6개월 넘게 경영권을 위협받았다.
윤 회장이 녹십자의 경영권 위협으로 벗어난 만큼 이번 기회에 일동제약을 사업자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눈 후 지주회사를 통해 이 기업들을 지배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돌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한다. 전체 주주의 3분의 1이상이 참석하고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윤 회장은 2년 전에도 일동제약을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윤 회장은 2013년 10월 열린 이사회에서 일동제약를 투자사업부문회사인 일동홀딩스와 의약품사업부문회사인 일동제약으로 분리하는 기업분할을 추진했다. 윤 회장은 2014년 1월 주주총회를 열어 이 방안을 의결하려고 했다.
윤 회장은 당시 녹십자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었다. 녹십자는 2012년 환인제약이 보유하던 일동제약 지분 7.07%를 인수한 이후 일동제약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노골적으로 보였다.
녹십자는 2014년 1월 주주총회 직전까지 지분율을 29.36%로 끌어올렸다. 당시 윤 회장 일가를 비롯한 최대주주 측과 녹십자는 지분율 차이가 3.16%에 불과했다.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8.99%를 보유한 미국 자산운용 업체 피델리티와 손잡고 결국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을 무산시켰다.
이런 전례가 있는 만큼 윤 회장이 이번에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최적의 시기로 보인다.
그러나 일동제약 관계자는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에 대해 외부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현재는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공식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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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0일 일동제약 본사에서 열린 제7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가운데)이 녹십자로부터 경영권을 지킨 뒤 웃으며 주주총회장을 나오고 있다. |
◆ 제약회사들, 왜 지주회사 체제로 바꿀까
국내 대형제약회사들은 2000년대 들어 속속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녹십자는 2001년 국내 제약회사로는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대웅제약은 2002년 전환을 완료했으며 중외제약도 2007년 JW홀딩스를 설립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바꿨다.
한미약품은 2010년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를 설립했고 동아제약도 2013년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설립했다. 종근당도 2013년 종근당홀딩스를 세우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이유는 지주회사 체제가 제약회사의 사업 속성에 맞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제약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전문화를 통해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주회사는 투자와 자회사 관리를 담당하고, 자회사들은 회사별로 특징에 따라 담당분야를 전문화 할 수 있다. 자회사들은 맡은 분야에 따라 판매, 제조, 연구개발 등에 전념할 수 있다. 분야별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경영효율을 높이고 연구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것이다.
제약 지주회사는 신약개발에 따른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리베이트 처벌 강화와 약가 인하로 국내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회사들은 이에 따라 수출을 위한 신약개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신약개발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지만 성공확률은 높지 않다.
제약회사들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새로운 신약 개발업체를 인수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신약개발 자회사를 정리할 때 비교적 쉽게 이를 추진할 수 있다.
물론 지주회사 체제는 지배구조 안정과 상속 등에도 유리하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대개 수십년 동안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2세나 3세 상속에도 유리하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지주회사 지분에 대한 증여나 상속을 끝내면 세금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재벌닷컴이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유한 주식가치가 30억 원이 넘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 15명 가운데 제약업계가 11명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