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증권과 교보증권, KB증권 등 각자대표체제를 갖추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
주식시장 불확실성에 위탁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투자금융과 자산관리의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성격이 다른 사업분야의 전문성을 더욱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왼쪽 첫 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페이 김대홍 윤기정 각자대표이사, 교보증권 박봉권 김해준 각자대표이사. |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과 교보증권 등 각자대표체제를 선택해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효율을 높이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한 명의 대표이사가 전체를 이끌기보다는 각 부분별 전문가를 각자대표이사로 세워 사업부문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이 경쟁적 수수료 인하와 거래규모 감소 등으로 대폭 줄어들자 증권사들은 수익구조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금융(IB)부문과 자산관리(WM)부문 등을 강화하며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투자금융(IB)부문은 기업과 기업 사이(B2B) 영업의 성격이 강한 반면 자산관리(WM)부문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B2C) 영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각 부문의 전문성을 갖춘 각자대표체제에서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5일 교보증권이 박봉권 전 교보생명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해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6일 카카오페이증권도 각자대표이사체제로 전환했다.
카카오페이에서 인수한 바로투자증권은 6일 이름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바꾸고 김대홍 윤기정 각자대표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전체 경영총괄과 새로 만들어진 리테일사업부문은 신임 김대홍 대표가, 기존 기업금융사업부문은 윤기정 대표가 맡는다.
카카오페이증권은 기존 금융의 문법을 깨는 새로운 투자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한 만큼 카카오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소매금융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대우를 거치며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알려진 김 대표를 각자대표로 내세워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혁신금융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증권은 박봉권 전 교보생명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해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2008년 대표이사에 오르고 약 12년 만에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교보증권은 김해준 박봉권 각자대표체제로 투자금융(IB)부문과 자산관리(WM)부문의 균형성장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교보생명에서 자산운용총괄(CIO) 부사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자산관리(WM)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 김해준 사장은 교보증권 투자금융(IB) 본부장 등을 거친 투자금융(IB)부문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19년 투자금융(IB)부문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자산관리(WM)부문 전문가를 대표로 영입해 성장균형을 맞추고 성장세를 이어가려는 것이다.
교보증권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520억 원, 영업이익 1103억 원, 순이익 834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18년보다 매출은 16.16%, 영업이익은 18.27%, 순이익은 7.93% 늘었다.
교보증권은 2019년 실적을 놓고 장외파생살품 거래와 투자금융부문 실적 개선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위탁매매수수료에 치우친 수익구조에서 중소기업 투자금융(IB)의 비중을 늘려 수익 다각화에 힘쓴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한 카카오페이증권과 교보증권은 박정림 김성현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KB증권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2019년부터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투자금융(IB)부문을,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자산관리(WM)부문을 맡아 이끌고 있다.
KB증권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8861억 원, 영업이익 3604억 원, 순이익 2900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18.05%, 영업이익은 44.11%, 순이익은 52.93%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