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이 최근 한진칼 주요 주주인 KCGI와 반도그룹 측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KCG와 반도건설은 회동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이 한진칼 주총에 영향을 미칠 대주주들과 만났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이들이 실제 연대할 가능성은 적다고 바라보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그동안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경영진 일가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연대할 명분이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KCGI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적 경영을 주장해왔던 터라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게 되면 그동안 쌓아왔던 명분을 바로 세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KCGI는 그동안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사업을 정리하고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19년 9월 KCGI의 유튜브 채널에서 “글로벌 항공사 부채비율이 평균 200% 안쪽인데 대한항공은 상반기 기준 900%에 가깝다”며 “원인은 대부분 쓸데없는 호텔부지 등 유휴자산을 과도하게 보유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진그룹의 미래 모습은 종합 물류기업이어야 한다”며 “호텔이나 부동산쪽 과도한 자산은 덜어내고 운송 전문기업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호텔경영에 애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에 복귀하면 호텔사업을 맡을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KCGI와 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반도그룹과 공동의 합의점을 내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도그룹은 최근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늘렸다고 밝히며 지분취득 목적을 ‘단순취득’에서 ‘경영참여’로 바꿨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반도그룹이 단순히 캐스팅보트로서 활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보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반도그룹은 지분확대 목적이 기존처럼 투자목적이었다고 해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투자목적을 변경했다고 공시한 것은 한진칼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해 주주제안권 등 권리를 독자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위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반도그룹은 조현아 전 부사장 측과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반도그룹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반도그룹 임원이 만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실제 3자 연대보다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을 6.49%를 들고 있고 KCGI는 17.29%, 반도그룹은 8.28%를 각각 쥐고 있다. 세 지분을 합하면 32.06%가 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등기이사 선임을 좌우할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 점을 부각해 조원태 회장 쪽과 협상을 이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설령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반도그룹과 KCGI를 만났다고 하더라도 이혼소송과 상속세 납부 문제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조현아 전 부사장 쪽에서 적극적으로 만남을 추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사건 이후 완벽하게 복귀하지 못하면서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며 “결국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주로서 배당확대를 제시하며 반도그룹 및 KCGI와 논의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0년 10월 성형외과 전문의인 박모 씨와 결혼했으나 2017년 중순부터 별거했고 2018년 4월부터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하면서 국가에 내야할 상속세도 해결해야 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6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칼 주요 주주들이 만났다고 하더라도 연대가 실제 성립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주총회 안건을 결정할 공식적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이뤄지게 되므로 그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