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감리시스템 개편을 비롯해 대기업 대출 및 연체율 조정 등 기업여신 관리 강화에 힘을 싣는다.
경기 악화로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NH농협은행만 대기업 대출이 늘어나고 연체율이 다른 은행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기업여신 건전성 지표에 이상징후가 보이기 때문이다.
17일 NH농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이대훈 행장이 NH농협은행의 기업여신 관리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날 ‘감리시스템’을 개편을 마치며 기업여신의 사전·조기경보 모형을 고도화했다.
기업여신 부실화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고 효율적으로 전수감리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감리시스템은 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는 여신과 관련해 부실징후를 점검하고 사후 관리를 통해 자산건전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이 행장은 여신 감리의 디지털화를 토대로 부도율 안정화와 여신 건전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 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수출 감소와 내수 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전반적 경영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대출 상환여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 대출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자칫 대출부실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2019년 말 기준 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2018년보다 1.6% 늘어난 10조8536억 원으로 집계됐다. 11월 기준 11조 원까지 늘었다가 다소 줄었다.
주요 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KB국민은행 17조7865억 원, 우리은행 14조9918억 원, KEB하나은행 14조4828억 원, 신한은행 13조9645억 원 등이다. 2018년 말보다 KB국민은행은 2.5%, KEB하나은행은 4.7%, 신한은행은 5.5%, 우리은행은 7.6% 감소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여신정책이 있는 만큼 대출잔액을 크게 늘리거나 줄이는 등의 움직임을 내기는 힘들다”며 “리스크 관리를 촘촘히 해 연체율 등 부실을 낮추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2019년 3분기 기준 0.97%에 이른다. 2018년 말보다 0.3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2% 수준에 머물렀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019년 4분기까지 반영한 연체율은 3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다만 연체율이 낮아져도 여전히 다른 시중은행보다는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에게 대기업 여신관리는 남다른 과제이기도 하다. 앞서 NH농협은행이 대출 부실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2016년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에 제공했던 대출 상당수가 회수불능 상태에 놓이면서 ‘빅배스’를 단행했다.
빅배스는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한번에 제거하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NH농협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해마다 수천억 원 규모였으나 빅배스 당시 580억 원 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이 행장이 실적 개선을 통해 재연임에 성공한 만큼 여신관리에 신경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NH농협은행은 이 행장이 취임한 뒤 2018년 순이익 1조2226억 원을 냈다. 2019년에는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1922억 원을 거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