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패널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데 속도를 낸다.
수익성이 낮아진 LCD(액정 디스플레이)사업을 대체하기 위해 올레드를 키우고 있지만 TV용 올레드패널만으로는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올레드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 사장. |
2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곧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0(소비자 가전전시회)에서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는 LG디스플레이’를 콘셉트로 내세운다.
디스플레이가 TV 이외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차별화한 기술력을 앞세워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며 “그동안 디스플레이가 없었던 곳에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면 고객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CES 부스는 TV가 주인공이었던 2019년와 비교해 더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된다. 특히 올레드패널의 ‘변신’이 눈에 띈다.
LG디스플레이는 항공기를 덮는 55인치 올레드 패널을 선보인다. 항공기 내부의 유선형 벽면을 덮은 올레드는 고객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외부 전경 등을 보면서 개방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터치 기능을 갖춘 대형 올레드패널도 전시한다. LG디스플레이는 터치 기능이 박물관과 미술관은 물론 다양한 상업공간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계획을 세웠다.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올레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계기판을 보여주는 올레드 패널, 전방 배경을 투과하면서 간단한 정보를 보여주는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이 차량에 탑재돼 관람객을 맞는다. 특히 TV 패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롤러블(두루마리형) 올레드 기술도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적용돼 전시된다.
이처럼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제품군이 넓어지는 것은 올레드사업에서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정호영 사장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올레드패널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올레드TV에 사용되는 패널은 모두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TV패널만으로는 올레드사업 실적을 개선하기 쉽지 않다.
중국 기업들이 값싼 대형 LCD(액정 디스플레이) 패널을 다량으로 생산하는데다 주요 경쟁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는 QLED(퀀텀닷 디스플레이)를 내세워 올레드TV 진영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올레드는 10.5세대 LCD패널과 가격 경쟁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2020년에는 올레드TV패널의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LCD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올레드 라인을 확장하는 ‘올레드 전환’을 당면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이 올레드 전환을 실적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TV패널 이외에 새로운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 올레드 패널로 꾸며진 항공기 좌석. < LG디스플레이 > |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올레드패널은 TV 비중이 커 다른 방면으로 사용처를 넓히고자 한다”며 “CES 2020에서 TV 고객사 이외에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도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갈수록 위축되는 LCD사업의 대안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2017년 2조4620억 원에서 2018년 930억 원으로 급감했다. 2019년에는 1조7천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 사장은 2019년 9월
한상범 전 대표이사 부회장을 대신해 LG디스플레이의 경영난을 해결할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이후 재무 전문가로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써 왔다.
이제 정 사장은 CES 2020에서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로서 첫 공식석상에 오르게 된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LG디스플레이의 새해 경영전략 등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