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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 |
롯데그룹에서 경영권 승계를 놓고 형제의 난이 벌어지면서 형제경영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효성도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효성은 조 회장이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아 경영권 승계가 임박해 있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은 경쟁적으로 효성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 형제의 지분이 엇비슷하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 계열사의 지분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그러나 효성은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협의해 지분을 매입하고 있어 롯데그룹 형제의 지분매입 경쟁과 양상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6일 효성에 따르면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효성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했다.
조 사장은 7월28일부터 5일까지 5차례에 걸쳐 7만2805주를 사들였고 조 부사장은 7월31일부터 5일까지 4차례에 걸쳐 7만3598주를 사들였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이번 지분확보에 사용한 자금은 각각 97억6148만 원과 98억5597만 원이다.
이로써 조 사장 지분은 기존 11.17%에서 11.38%로, 조 부사장 지분은 기존 10.74%에서 10.95%로 늘어났다.
형제는 7월 13일 지분을 0.09%포인트씩 늘린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추가로 지분을 사들였다. 형제의 지분 차이는 0.47%포인트 차이에서 0.43%포인트 차이로 약간 좁혀졌다. 지분가치로 따지면 4일 종가(13만6000원) 기준으로 206억 원 차이다.
장남인 조 사장이 동생 조 부사장보다 약간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효성 지분 10.15%를 보유한 조석래 회장이 누구에게 어떻게 지분을 물려주느냐에 따라 지분구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은 모두 이미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보다 더 많은 효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형제의 갈등만 불거지지 않는다면 누가 후계자로 낙점되든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이미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난해 형인 조 사장과 계열사 경영진들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형제 갈등을 겪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이 비자금 조성과 해외재산 도피, 분식회계, 탈세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07년 효성중공업 PG부문 부사장에 오르는 등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그러나 2013년 돌연 경영에서 물러나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조 전 부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지분(7.18%)도 모두 처분했다.
조 전 부사장의 지분 처분으로 오너 일가가 보유한 효성 지분은 33.24%에서 26.40%로 급락했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2013년부터 경쟁적으로 효성 지분을 늘려온 것도 조 전 부사장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효성의 경영권이 불안해져 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효성은 설명한다.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려면 3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효성의 관계자는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협의해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며 "주 사장과 조 부사장은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도 협의하는 등 우애가 돈독하다"고 말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처분한 이후 2년 동안 조 사장은 67회, 조 부사장은 48회나 지분을 취득했다. 이로써 형제는 7% 수준의 지분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오너 일가 전체 지분도 33.15%로 높아졌다. 조 전 부사장의 지분 처분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셈이다.
형제는 효성 지분 매입으로 상당한 평가차익도 얻었다.
조 사장은 그동안 지분 매입에 980억 원, 조 부사장은 740억 원을 들였다. 6일 종가 기준으로 지분가치를 보면 조 사장은 2112억 원, 조 부사장은 1563억 원에 이른다. 조 사장은 약 1100억 원, 조 부사장은 약 800억 원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