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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라는 정체성 논란을 진화할 수 있을까?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일본색채가 낱낱이 공개되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지만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일본언론도 롯데그룹을 일본에 본사를 둔 비상장회사라며 사실상 일본기업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이 일본기업이라는 정체성 논란을 제대로 방어하지 않는다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롯데그룹은 앞으로 사업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 일본기업 이미지 짙어지는 롯데그룹
6일 업계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 부자들이 대화를 일본어로 하고 한국어에 서툰 사실뿐 아니라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일본주주에게 거액의 배당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라는 색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런 이미지가 사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6개 계열사가 지난 10년 동안 2476억 원을 일본 주주사들에 배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는 10년 동안 1814억 원을 일본 주주사들에 배당했다.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광윤사 등 일본 회사들이 99.2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1967년 롯데제과를 통해 처음 한국에 투자하던 때 '신격호'라는 한국이름으로 51%, '시게미쓰 다케오'라는 일본이름으로 49%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은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적극 해명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당시 합작법인을 세우려면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을 수 없어 불가피하게 49% 지분은 일본이름으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한국진출을 돕기 위해 당시 정부가 편법을 쓰도록 도운 것”이라며 “일본정부로부터 현금반출을 허락받기 위해 L투자회사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광윤사’와 ‘롯데홀딩스’가 모두 일본기업이다 보니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이 일본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대재생산되면서 롯데그룹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런 논란은 총수 일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모두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한 데다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해임지시서조차 일본어로 작성돼 눈총을 받았다.
◆ 신동빈의 ‘롯데는 한국기업’ 해명 효과 없어
신동빈 회장은 3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롯데가 일본 기업이냐’는 질문에 “롯데는 한국기업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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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서던 중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매출 95%는 한국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들며 국적논란을 잠재우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돈은 한국에서 벌고 이익은 일본기업으로 챙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시민단체들이 롯데그룹 계열사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는 상황으로 번지고 말았다.
일각에서 롯데그룹이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 등 롯데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회사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롯데그룹은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나 광윤사의 지분구조 등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일본언론이 롯데그룹을 일본기업이라고 보고 있는 점도 롯데그룹에게 부담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롯데그룹은 일본에 본사를 둔 비상장 기업 가운데 최대규모”라며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전체 계열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롯데그룹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2롯데월드 건물 유리에 초대형 태극기를 부착했다. 롯데그룹은 이를 위해 1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런 광복절 기념 이벤트가 롯데그룹은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을 희석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