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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 여동생인 박근령씨의 ‘망언’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박근령씨가 위안부 문제와 대일 외교정책 등을 언급한 일본 동영상이 공개됐다. 박씨의 발언은 국민정서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수준이었다.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기점으로 국면전환을 노리고 있는데 박씨의 발언이 큰 부담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씨는 4일 일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와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가 위안부 여사님들을 더 챙기지 않고 자꾸 일본만 타박하는 뉴스만 나간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일본정부가 아닌 한국정부 탓으로 돌리며 사과성 발언을 한 것이다.
박씨는 한국국민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일본 네티즌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박씨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 외교부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문제삼는 것을 “내정간섭”이라고 표현하며 “혈손이 어떻게 부모를, 선조를 참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이밖에도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일본이 황국사관에 근본을 둔 천황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박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박씨의 발언은 일본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됐으며 일본극우보수세력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8.15 광복 70주년을 맞아 메르스 정국으로 흔들린 민심을 돌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6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박씨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광복 70주년 이벤트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박 대통령의 정국전환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박씨에 그치지 않고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한술 더 뜨고 있다.
신 총재는 5일 SNS에 부인의 발언과 관련해 “박근령 여사가 국민정서에 반하는 줄 알면서도 충정의 소신발언을 한 것은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혈혈단신 가시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지고 목숨을 걸었다" 면서 '대한민국을 지켜라! 대한민국을 구하라! 박 다르크를 보았다'라고 썼다.
청와대는 박씨의 망언과 관련해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5일 공식논평을 내 “박근령 이사장의 친일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허 부대변인은 박씨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반정부 인사’라고 꼬집으며 “박 대통령의 불편함은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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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
허 부대변인은 “대부분의 한국국민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에서 사적관계 언니에 대한 도전으로 보이고 공적관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저항으로 보인다”며 “천황폐하라는 호칭에서 대한민국 왕족 박 씨에 대한 자부심마저 느껴진다”고 논평했다.
박 대통령에게 친일논란은 아킬레스 건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친일행적과 관련해 다른 후보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올해는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인 데다 최근 일제 강점기 독립의열단의 항일투쟁을 다룬 영화 ‘암살’이 대박흥행을 거두며 대일감정이 좋지 않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도 총수 일가의 진흙탕 싸움보다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의 일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나 일본기업 논란이 더 크게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씨가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는 데도 망언을 서슴치않는데 대해 개인적 앙금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박씨는 1990년부터 육영재단 경영권을 놓고 박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또 2012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준비할 당시 무소속으로 충북 옥천보은영동에 출마한 이력도 있다.
박씨는 1982년 풍산그룹 류찬우 창업주의 아들 류청씨와 결혼했다가 반 년 만에 이혼한 뒤 2008년 10월 14세 연하의 신동욱씨와 재혼했다. 신씨는 지난해 5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잇겠다며 공화당을 창당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