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해외은행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은행들은 현지에 영업망을 보유한 은행을 인수해 현지영업에 나서려고 한다.
◆ 현지은행 인수로 해외진출 방향 틀어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최근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은행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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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등에서 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NH농협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해외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지은행 인수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겸 KB국민은행장도 KB국민은행의 해외은행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4월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메콩강 주변의 동남아시아 국가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에서 일정 규모의 고객과 영업망을 보유한 현지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한 발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은행의 지분을 사들였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센트라타마내셔널뱅크(CNB) 지분 75%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신한은행은 4월에도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지분 40%를 인수하는 계약의 승인을 받았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 지분 50%를 신한은행이 추가인수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 조 행장은 지분 추가인수가 끝난 뒤 내년 센트라타마내셔널뱅크와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를 합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과 우리은행 현지법인의 통합은행을 공식출범시켰다. 우리은행은 2012년 소다라은행 지분 33%를 사들인 뒤 두 은행의 통합을 추진해 왔다.
◆ 현지은행 인수의 빛과 그림자
국내은행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은행들은 이전에 해외 영업사무소를 기반으로 영업점을 세워 현지법인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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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주요 은행들의 전체 영업수익에서 해외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불과했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가 현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주요 고객도 우리나라 기업의 지사나 국내인이 소유한 현지기업으로 국한되고 있다”며 “작은 시장을 두고 시중은행들끼리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은행은 해외 현지은행을 인수할 경우 기존에 있던 점포를 확보해 현지 고객 위주의 영업망을 확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소다라은행을 인수합병하면서 119개의 현지 영업점을 운영하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사무소에서 지점을 거쳐 현지법인을 만드는 방식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할 경우 영업망을 처음부터 쌓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현지은행을 인수하면 영업망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은행을 인수할 경우 현지 금융시장이 불안해졌을 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4.71%로 낮아졌다. 인도네시아 뱅크센트럴아시아(BCA) 등 현지 대형은행도 중소형은행을 인수해 몸집을 불리던 것을 멈추고 비은행사업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의 성장성을 믿고 현지은행에 지분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전적이 있다”며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현지은행 인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