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식을 향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가 신중해졌다.
특히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은 2020년 반도체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SK하이닉스 일부 지분을 팔아 차익실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이달 들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9일 49.98%로 하락했다가 10일 49.93%로 더 낮아졌다.
SK하이닉스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올해 1월 말만 해도 50% 이상으로 높았다. 미국 증시 반도체주 하락 여파에 휘말린 6월13일 일시적으로 49.99%로 떨어졌던 것을 제외하면 줄곧 50% 이상을 웃돌았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 등으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업종 투자에 신중한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업황이 호조를 보였던 2018년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매입하며 SK하이닉스 주요 주주에 올랐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SK하이닉스 지분을 다시 낮췄다는 점은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 4대주주였던 블랙록은 9일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이 4.02%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블랙록은 2018년 5월 SK하이닉스 지분 5.08%를 보유한 사실을 알리며 SK, 국민연금 등에 이어 SK하이닉스 3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약 1년 반 만에 지분을 5% 아래로 낮추며 공시의무에서 벗어났다.
블랙록뿐 아니라 더캐피탈그룹 역시 얼마 전 SK하이닉스 주요주주에서 제외됐다. 더캐피탈그룹은 10월 SK하이닉스 지분 1.1%를 장 마감 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면서 지분을 4.54%로 줄였다.
더캐피탈그룹은 2018년 9월 SK하이닉스 지분을 5.05%까지 높이면서 SK하이닉스 4대주주에 올랐고 이후 블랙록을 밀어내고 3대주주에 올랐다. 2019년 6월 지분을 7.85%까지 확대하기도 했으나 석 달여 만에 3% 이상의 지분을 팔아치웠다.
블랙록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이며 더캐피탈그룹 역시 세계 4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큰 손이다. SK하이닉스 외에도 블랙록은 OCI, 신라젠, 엔시소프트 등에, 더캐피탈그룹은 현대자동차, LG유플러스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단기매매보다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성향을 보이는 편이다. 그럼에도 1년여 만에 SK하이닉스 지분을 줄였다는 건 그만큼 향후 실적을 놓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블랙록은 SK하이닉스 지분을 처분한 이유를 놓고 “투자자금 회수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블랙록은 공시의무가 생긴 뒤 SK하이닉스 주식 매수에 1조474억 원을 투입했는데 주식 매도로 1조6703억 원을 회수했다.
더캐피탈그룹 역시 공시의무가 생긴 뒤 SK하이닉스 주식 1조6126억 원어치를 사들이고 2조375억 원어치를 매각해 4250억 원의 매도차익을 남겼다.
이 투자사들의 SK하이닉스 지분 축소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국제 증시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글로벌 증시 투자비중을 줄이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블랙록이 최근 OCI 지분 5.05%를 신규로 보고하고 더캐피탈그룹도 현대자동차 지분을 7.01%에서 7.10%까지 늘린 점 등을 고려하면 개별종목에 따라 접근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