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바일사업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기존에 좋은 반응을 얻은 듀얼스크린 스마트폰 대신 새로운 폼팩터(제품 형태)에 역량을 투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듀얼스크린만 고집하지 않고 폴더블폰 개발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다양한 폴더블폰 관련 기술 특허를 등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폴딩(안으로 접는) 폴더블폰, 좌우로 펼치는 롤러블(말 수 있는) 스마트폰 등의 특허가 공개됐다.
특허가 반드시 제품 출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LG전자가 폴더블폰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LG전자는 이전에도 시장 동향 파악에 실패한 사례가 있는 만큼 갈수록 빠르게 확대되는 폴더블폰시장을 외면하기 어렵다.
LG전자는 2009~2010년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 등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던 시기에도 피처폰에 집중했다.
그 결과 모바일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실적이 급감했다. 2010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가량 줄었을 정도다. 이후 LG전자는 현재까지 좀처럼 스마트폰사업에서 흑자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폴더블폰시장에서도 피처폰-스마트폰 전환기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미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각각 ‘갤럭시폴드’, ‘메이트X’ 등 폴더블폰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샤오미, 모토로라 등도 차세대 폴더블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역시 이르면 2021년 안에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주요 스마트폰기업 가운데 뚜렷한 폴더블폰 사업전략을 내놓지 않은 기업은 LG전자뿐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폴더블폰 수요가 2020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LG전자도 곧 폴더블폰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폴더블폰 출시에 합류하면서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은 2019년 50만 대, 2020년 720만 대, 2023년 3680만 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스마트폰업체들은 10년 만에 열리는 새로운 모바일 폼팩터 영역에서 시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LG전자 실적을 고려하면 당장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폴더블폰을 출시하는 대신 듀얼스크린폰을 활용한 실적 개선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3분기까지 18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출시한 듀얼스크린폰이 호평을 받으면서 적자규모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
외국언론에 따르면 LG전자는 현재 듀얼스크린폰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탈리아 매체 채널시티는 “LG전자는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최고급 스마트폰 ‘G8X씽큐(ThinQ)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며 “G8X씽큐는 멀티태스킹을 촉진하고 모바일 게임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LG전자 최고경영자가 바뀐 만큼 이런 사업방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봉석 사장이 11월 말 임원인사로 LG전자 최고경영자에 올랐는데 MC사업본부장 재임 기간에는 ‘폴더블폰 시기상조론’을 펼쳤다”며 “하지만 LG전자가 폴더블폰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하는 만큼 듀얼스크린 노선을 고수하는 대신 폴더블폰 출시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